페미니스트 인터넷 저널 [일다]에서 '초딩 아들, 영어보다 성교육' 연재되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초딩 아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교육을 시켜야 할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린 아들을 둔 엄마가 아들의 성교육을 고민하고 아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 흥미로왔다.
그 칼럼이 묶여져 한 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일다, 2018)]다.
그러고 보니 벌써 3년도 더 된 책이다. 이 책이 손에 들어오고 나서도 한참 만에 읽게 되었다.
이미 칼럼을 보아서 굳이 책으로 볼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에게 폭력적인 사람으로 아들을 키우고 싶지 않은 한 어머니의 고민과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무엇보다 아들과 엄마의 대화가 참으로 재미나다.
그리고 책으로 묶여 나와서 좋은 점은 각 장이 끝나는 부분에 저자가 권유하는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1장 '초딩이 된 아들'에는 초등학생을 키우는 양육자가 자녀 성교육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들이 실려 있다.
2장 '난감한 어른들'에서는 엄마가 초등학생과 그림을 통해 성에 대한 소통을 시도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했다고.
3장 '너와 나 사이, 권력'에서는 아이가 성에 대해 궁금할 때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섹슈얼리티 컬렉션을 만들어주라고 제안한다.
4장 '성장하면서 살아가는 몸'에서는 사춘기를 맞은 자녀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돌볼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책을 안내한다.
5장 '아이와 어른의 대화'에서는 성문화가 윤리적으로 변하려고 해도 사회가 제공하는 인식의 틀 안에 갇혀 있기 마련이니 결국 페미니즘이 대안이라는 생각에서 가벼운 페미니즘 책들을 소개한다.
6장 '함께 바라보는 세상'에서는 자녀 성교육이 엄마만의 몫은 아니고 아버지도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버지 또는 남성들에게 권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칼럼을 이미 읽은 상황에서도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흥미롭다.
우리 사회의 일부 사람들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페미니즘이란 원래 현존하는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 위에서 양성평등을 고민하는 이론이고 페미니스트는 양성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성차별, 성소수자차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고 해결해보려 한다면 누구나 페미니즘을 접할 필요가 있으면 누구나 페미니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게다가 아들 뿐만 아니라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어린 조카를 키우고 있는 내 여동생에게 건네줄 생각이다. 딸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성교육에 대한 고민이 분명 있을테니까. 그리고 제부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