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29

[여전히 나는]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잃고 그리워하는 사람을 위한 책

오후의 소묘에서 올 9월에 펴낸 이 그림책은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가 쓰고 모니카 바렌고가 그렸다. 그림이 익숙하다 했더니 오후의 소묘에서 앞서 번역출간한 [구름의 나날] [사랑의 모양] [마녀의 매듭]을 그린 작가도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마녀의 매듭]을 좋아한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경험을 한다. 그 상실감은 너무 커서 한동안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 그림책 속 화자는 나이든 남성으로 앞서간 자신의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추억한다.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커피, 바다와 들판, 그리고 카페가 등장하는 그림이 이탈리아를 느끼게 해준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갈색톤이다. 가을 낙엽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이다.   이 책을 보면서 앞서 떠나간 사람들, 동물들을 잠시 떠올렸다. 시간이 흐..

늙음과 죽음 2024.09.08

무레 요코[구깃구깃 육체백과] 몸에 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

무레 요코 읽기 12권째. 이번에는 작가가 몸에 대해서 쓴 글들을 담은 [구깃구깃 육체백과].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몸에 대한 경험과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솔직하고 유머 있게 썼다. 읽는 내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무레 요코가 50대 후반에서 60대초반까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201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국일미디어에서 2016년에 번역출간했다. 무레 요코가 1954년생이라서 그런 것이지, 아니면 일본의 사회문화가 그래서인지, 아무튼 남성과 여성의 구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은 어때, 남성은 어때, 하는 식의 생각이 이야기 전반에 흐르고 있어 읽는 동안 불편했다.  그 점만 제외하면 무레 요코의 글은 충분히 읽기에 재미있다. 우리나라에..

늙음과 죽음 2024.09.06

사노 요코[죽는 게 뭐라고] 죽음에 직면한 작가의 글

그동안 무레 요코의 책들을 읽다가 사노 요코의 책이 뭐가 있나? 검색해 보다가 사노 요코의 책도 한 번 읽어 보자 싶었다. 그러고 보니 사노 요코(1938-2010)의 [사는 게 뭐라고]를 읽은 지가 제법 되었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죽는 게 뭐라고]를 발견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마음산책에서 2015년에 번역출간되었다.사노 요코가 사망한 이후에 출간된 책이었다.  사진을 보니 사노 요코의 인상이 좋네.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좋아했는데, 어쩌면 그녀의 에세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죽음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써내려간 글도 힘이 빠지지 않아서 놀랐다. 정말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사는 게 뭐라고]에서 사노 요코는 일흔에 죽는 게 꿈이라고 ..

늙음과 죽음 2024.08.30

무레 요코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무레 요코 책읽기 9번째. 이번 책은 개인적으로 흥미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레 요코의 솔직한 글쓰기는 여전히 돋보였다. 2018년에 출간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경향 BP에서 2022년에 번역출간했다. 무레 요코가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쓴 글로 보인다. 무레 요코의 글은 소설이 더 재미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작가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선호하는 듯하다. 이 책은 50대 후반 이후의 사람들이 보면 공감하면서도 볼 수 있겠다. 젊은이가 본다면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도 같다. 하지만 젊은이가 본다면 나이든 사람의 꼰대스러운 잔소리로 여겨질 수도 있을 듯. 어쨌거나 무레 요코는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몸의 변화(머리색, 모발변화, 에스컬레이터..

늙음과 죽음 2024.08.23

무레 요코[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60대 초반 싱글 여성의 삶

무레 요코 책 읽기 8번째. 이번에는 무레 요코가 60대 초반인 2018년에 일본에서 출간한 에세이집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다에서 2020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짧은 글들이 의식주, 건강과 일, 돈, 그리고 인간관계 및 죽음준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 이번 에세이는 다른 에세이에 비해서 더 흥미로왔다. 60대 초반 싱글 여성이 고양이를 데리고 사는 일상의 모습이 솔직하고 재미있게 잘 그려져 있다.  무레 요코의 소설과 에세이집이 놀랄 정도로 많다. 특히 소설 [연꽃빌라 이야기] 시리지가 최근까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모두 9권. 우리나라에서는 1,2권 밖에 번역출간되지 않은 모양이다. 좀더 읽어보고 싶은데 아쉽다.  심플하게 삽니다. 집>8. 절대 사지 않는..

늙음과 죽음 2024.08.22

무레 요코 [지갑의 속삭임] 50대초반 여성의 일상사에 대한 이야기

무레 요코 책 읽기 이제 7권째. 이번에는 에세이다.[지갑의 속삭임]은 2007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18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책의 부제가 '오십이 넘어 알게 된 것'인데, 책 출간연도를 고려해볼 때 무레 요코가 53세때니까 50대 초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50대 초반의 여성의 일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아 실망. 작가의 60대 초반의 에세이인 [나이듦과 수납]에 이어 [지갑의 속삭임]은 기대보다 흥미롭지 않았다. 작가의 솔직함이 드러나 그것 자체가 웃게 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책이 좀 수다스럽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무레 요코의 에세이보다는 소설이 더 흥미로운 것 같다. 그럼에도 몇 가지 배울 만한 점도 있다.   책 제목이기도 ..

늙음과 죽음 2024.08.19

무레 요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외할머니 이야기

며칠 전 도서관에 들러서 무레 요코 책을 두 권 더 빌려왔다. 6번째 무레 요코 일기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작가가 자신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재미있게 쓴 것이다.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 이번에도 무레 요코의 외할머니에 대해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글쓰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가까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참으로 다른 문체로 풀어내었다. 하루키의 아버지 이야기는 무레 요코의 외할머니 이야기에 비해 간결하지만 무겁다. 후자는 다소 수다스럽지만 유쾌하고 유머가 넘치면서 가볍다. 두 책 모두 읽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롭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에서 이야기는 외할머니 모모요가 아흔 살 때 도쿄에 홀로 상경해서 딸네 집에 머물면서 나름 버킷 리스..

늙음과 죽음 2024.08.12

[멸망지구학클럽] 죽기 전에 무얼 할까?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손에 든 청소년 판타지 소설 [멸망지구학클럽].  'D-110, 죽기 전에 할 일 찾기'라는 부제 때문에 빌려왔다. 마치 버킷 리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제다. 어쨌거나 죽음을 직면한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그려졌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21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토토북에서 2023년 가을에 번역출간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무카이 소고. 아직 이 사람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네 명의 청소년이다. 고마쓰 다마카, 덴도 아오, 쓰쓰미 세쓰나, 안자이 마사요시. 이들은 멸망 지구학 클럽 동호회 회원이다. 지구와 델타가 부딪혀서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110일이 남았기에 그때까지 뭔가를 찾아서 하려고 하는 멸망 지구학 클럽 회원들. 무엇보다도 다마카는 멋..

늙음과 죽음 2024.07.08

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꿈을 향해 치열한 노년을 살아낸 흔적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이 책,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떨쳐내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책은 작가 이순자의 유고 산문집인데, 2021년 여름 작가가 사망한 후 뒤늦게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가 화제가 되면서 출판되었다. 휴머니스트에서 올 봄에 출간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서둘러 출간되었나 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여자의 일생'이란 제목의 소설이 되어도 될 만큼 드라마틱한 이순자의 인생을 담았다. 종가집 며느리로 살다가 50대에 폭력남편과 이혼을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 글쓰는 꿈을 향해 착실히 한 걸음을 내딛었다. 저자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상을 휩쓸며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시작했지만 두 번째 심장판막수술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책에 담긴 글들..

늙음과 죽음 2023.07.06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죽음, 시체, 부패에 관한 질문과 답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이라니... 관심을 끄는 제목이다. 그러면 원제는 무엇일까? 'Will my cat eat my eyeball? Big qustions from tiny mortals about death' 같은 제목은 아니지만 역시나 관심을 끄는 질문-'내 고양이가 내 눈알을 먹을까?'-을 제목으로 삼았다. 아무튼 죽음과 관련한 서적이라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몸으로 경험하면서 죽음을 터부시하지 않고 긍정하는 운동을 주도하는 장례지도사라고 한다. 생명체는 언젠가 죽음을 맞기에 죽음을 숨기고 부정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가 쓴 이 책은 다들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싶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학에 근거한 것으..

늙음과 죽음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