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무레 요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외할머니 이야기

Livcha 2024. 8. 12. 15:03

무레 요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책표지

며칠 전 도서관에 들러서 무레 요코 책을 두 권 더 빌려왔다. 6번째 무레 요코 일기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작가가 자신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재미있게 쓴 것이다.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 이번에도 무레 요코의 외할머니에 대해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작가의 글쓰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가까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참으로 다른 문체로 풀어내었다. 하루키의 아버지 이야기는 무레 요코의 외할머니 이야기에 비해 간결하지만 무겁다. 후자는 다소 수다스럽지만 유쾌하고 유머가 넘치면서 가볍다. 두 책 모두 읽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롭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에서 이야기는 외할머니 모모요가 아흔 살 때 도쿄에 홀로 상경해서 딸네 집에 머물면서 나름 버킷 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여행으로 시작해서 아흔 다섯 살에 팩스의 재미에 빠진 모습으로 끝이 난다. 나이가 들어도 욕망이 생생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이 참으로 활기차고 건강하게 느껴져서 노년의 우울함 따위는 없다. 

 

무레 요코의 외할머니가 아흔에 도교로 여행와서 하고 싶었던 것은 

1. 호텔에 혼자 숙박하기

2.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보러가기

3. 도쿄 돔 견학하기

4.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5. 할머니의 하라주쿠(스기모 시장이 있는 스가모 역)에서 쇼핑하기

 

역자는 할머니가 아흔에 해 본 것들을 모두 다 해보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난 도쿄에 두 번을 갔지만 모모요 리스트의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꼭 해보고 싶은가? 그다지 꼭 해보고 싶은 것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다.

평소 하고 싶은 대로 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해야 할 일들은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밀리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90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가 모두 50대 초중반에 사망해서 부모보다 더 오래 살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나는 얼마나 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사는 대로 살아야지 싶다. 

작가는 "나 자신은 몇 살까지 살고 싶다거나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편히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라고 적고 있다. 나도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사는 동안은 삶의 질이 유지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싶다.  

부모가 누리지 못한 6,70대를 누리게 된다면, 노년을 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그 잘 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해답은 없다. 하루하루 편안하고 재미있으면 되지 않나, 정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