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7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20대를 넘어 30대에 들어선 여성의 진솔한 심정을 담은 도발적 시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 비평사, 1994)]는 베스트셀러 시집으로 유명했다. 30대 초반의 여성이 풀어낸 사랑, 고독을 담은 도발적인 시들이 인상적이다. 읽는 내내 '참 시를 잘 쓰는구나', 싶었다. 삼십대에 들어선 여성이 '잔치는 끝났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자유로운 연애, 치열한 사회의식 등 마음껏 살아가던 20대의 시기가 끝이 나고 세상 속으로 편입되는 나이를 30대로 기준 삼았던 걸까? 90년대 초반의 젊은이에게 30대는 요즘의 30대가 생각하는 30대와는 다를 것 같다. 요즘이라면 '마흔, 잔치는 끝났다'라고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시집은 오늘날 40대 초반이 읽으면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이 시집에서 제일 인상적으로 보았던 시는 김용택 시인의 발문에서 인용한 시로 '새들..

2022.01.16

[박경리시집: 도시의 고양이들] 삶의 고통에도 자유를 갈망하는 나이든 시인의 마음이 담긴 시집

아마도 이 제목 때문에 친구가 내게 이 책을 선물했던 것 같은데... 이 시집은 1990년 동광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니 참으로 오래전 시집이다. 시집에는 "눈 쌓인 거리, 아직은 겨울인가 보다. 그러나 오늘 뺨을 스치는 밤바람은 봄냄새를 싣고 있다. 우리 늘 잘 살자! 아무 이유없이 ***에게 책선물 하고 싶은 밤에"라는 친구의 글씨가 쓰여져 있다. 그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읽지 않았던 것 걸까? 전혀 시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지난 밤 문득 이 시집을 펼쳐놓고 잠깐 읽어보았다. 친구는 왜 이 시집을 내게 선물했던 걸까? 작가 박경리(1926-2008)의 이 시집은 60대에 나온 책이니, 어느 정도 세월을 살아낸 여인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겪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

2021.12.17

정희성 [돌아다 보면 문득]

시집은 산문집과 달리 읽기에 더 부담이 없다. 시를 권해주는 친구 덕분에 정희성시인의 [돌아다보면 문득(2008)]을 읽게 되었다. 시인이 1945년 생이니 50대 후반의 시들로 보인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주’가 제법 많구나,이다. 시에 주라니.. 재밌다. 1. 시인은 이곳저곳 다니면서 시상이 떠오르는 것을 시로 표현하길 좋아하나 보다. 인도, 북한, 안동, 파리 등 여행의 흔적이 담겨 있다. 1부에 많은 시들이 그렇다. ‘성자’ ‘소년’ ‘하회에서’ ‘고구려에 다녀와서’ ‘서경별곡’‘낯선 나라에서 하룻밤’ ‘늙은 릭샤꾼’‘그가 안경너머로 나를 쏘아보고 있다’ . 2부의 시들, ‘해창리’‘태백산행’ ‘선죽교’ ‘몽유백령도’‘기행’ ‘빠리의 우울’‘언덕위의 집’ ‘임진각에서 얻은 시상’, 3..

2021.08.06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정호승 시인의 [이 짧은 시간 동안(2004)]은 시인이 1950년생인 것으로 미루어보아 50대 초반의 시로 보인다. 1. 제목 '이 짧은 시간 동안'은 '물 위를 걸으며'라는 시에서 딴 것같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어쩐지 에수가 떠오른다. 2. 시를 읽다 보니 그의 시를 시각화하게 된다. 판타지 같은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이 보인다. 인간의 푸른 눈동자가 달린 나뭇잎('시각장애인 식물원'), 전기구이 오븐 속에 가부좌한 통닭('통닭'), 사람이 되는 연꽃('연꽃구경'), 냉장고 문를 여니 펼쳐지는 바다('노모의 텔레..

2021.08.05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이 시집은 2004년에 나온 시집. 시인은 1961년생. 1. 이 시집을 읽는데, 바로 든 생각은 '시인 맞구나'하는 생각이었다. 한글을 물흐르듯 잘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 시인이 일상 속에서 만나는 것들을 소재로 시를 쓴 것이 좋아보였다. 굳이 특별한 장소를 찾거나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사소해 보이는 소재들(나무, 곤충, 동물, 도끼같은 물건, 식당, 목욕탕과 같은 익숙한 공간 등)을 통해서도 시적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시인이 진짜 시인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3.시인이 소재로 삼은 것들 가운데 특히 나무와 곤충, 새, 가축 등의 동물을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고 이 소재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그가 다룬 소재들을 살펴보면, 식물로는 이끼, 살구꽃, 호박..

2021.08.03

김용택 [그 여자네 집]

[그 여자네 집]은 1998년에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된 20년 전의 시집. 1, 이 시집은 추억을 담은 시집 같다. 시인은 과거의 사랑, 아버지 이야기 등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시를 쓴다. 2. 시의 길이가 다양한 것도 재미있다. 제 1부의 '첫눈', 제 4부의 '이별'처럼 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시도 있지만, 몇 페이지에 걸치는 아주 긴 시들도 있다. '옛 사랑의 추억'을 표현한 제 1부의 '그여자네 집'(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교사인 시인이 학교일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 돌아가 집에 도착해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그린 제 2부 '나는 집으로 간다', 눈 오는 밤부터 새벽, 새벽잠 그리고 아침, 다시 잠들고 점심으로 이어지는 눈오는 겨울날 추억을 담은 '그 해 그 겨울 그 집', 집을 짓..

2021.08.01

T.S. 엘리엇 [캣츠(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

오래 전 동생이랑 런던을 여행했을 때 서점을 둘러보았었다. 거기서 T.S. Eliot의 [Old Possum's book of pratical cats]을 한 권 구입했다. 작가도 유명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Edward Gorey가 그린 유머러스한 고양이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Edward Gorey는 미국인 예술가인데, 유명한 작가기도 하단다. T.S. Eliot의 이 고양이시집은 1939년에 처음 출간되었지만, Edward Gorey의 삽화가 더해진 시집은 1982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구입할 당시만 해도 그 유명한 뮤지컬 [캣츠]가 이 시집에서 탄생한 것인 줄도 몰랐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바로 이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1982년 뮤지컬 [캣츠]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202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