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31

[30일의 밤] '다크매터 시리즈'의 원작인 평행세계 소재의 판타지 소설

동생이 [다크매터 시리즈]를 보고 재미있었다면서 내게 그 드라마의 원작소설인 [30일의 밤]을 소개했다. 소설은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소설인데, 사실상 주제는 가족애라고나 할까.이 소설은 2016년에 'Dark matter(암흑물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푸른숲에서 '30일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도대체 왜 '30일의 밤'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제목을 '암흑물질'이라고 하면 책이 잘 안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듯.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라고 한다. 이 소설은 이미 [다크매터]라는 제목 아래 드라마화되었다.  제이슨이란 주인공은 아내 다니엘라, 10대 청소년인 아들 찰리와 함께 단란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산..

상상력 2024.07.21

[괴담] 유령 이야기

올여름 도서관 북큐레이션 주제는 '공포소설'. 전시된 책 가운데 '괴담'이라는 제목 때문에 고이케 마리코의 [괴담]을 손에 들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방바닥 돗자리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 도서관 사서가 주제를 공포소설이라고 정한 이유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을 지금껏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이 처음. 미야베 미유키 정도의 필력이 돋보이지는 않는 것 같는다. 다른 책은 어떠려나... 7편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소재가 모두 '유령'. 죽음에 관한 저자의 관심에서 이 이야기들을 지었다고 한다. 타인의 죽음,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주는 고통은 유령이 되어서라도 죽은 존재가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한다는 것일까? 여기..

상상력 2023.07.30

[세상 모든 밤에] 고양이와 함께 한 꿈 속 모험

[세상 모든 밤에]는 파니 뒤카세의 매력적인 그림이 담긴 그림책이다. 글은 세실 엘마 로제가 썼다. 오후의 소묘에서는 파니 뒤카셰의 그림책을 벌써 3번째 출판한 것이다. [곰들의 정원(2022)] [레몬타르트와 홍차와 별들(2022)] 그리고 [세상 모든 밤에(2023)] 파니 뒤카세의 그림은 환상과 공상의 나래를 펼친다. 보고 있으면 섬세하고 매혹적이며 예쁘다. 파니 뒤카세의 그림책은 이야기 자체보다 그림을 즐기면서 상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이번에는 고양이와 함께 밤나들이를 하는 이야기다. 도시의 지붕 위, 거리를 걷고 애드벌룬을 타고 줄을 타고 신기한 동물들을 만나고 동물원의 동물들을 풀어주는 기막힌 밤의 모험이 펼쳐진다. 이런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밤시간이 될까? 그런데 왜 출판사..

상상력 2023.06.11

[자바자바 정글] 상상력과 유머가 있는 글과 그림

정글 그림이 재미있고 예뻐서 읽어보기로 한 [자바자바 정글]. 윌리엄 스타이그(William Steig, 1907-2003)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1987년에 출간된 그림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웅진주니어에서 2001년에 번역출간했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미국의 만화가, 삽화가이자 조각가라고 한다. 부모님 모두 아마츄어 화가라서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어른이 되어서는 만화가로 활동했다가 친구의 제의로 60살이 넘어서야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 그림책도 80살에 출간한 그림책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상력은 더 늘어난다고 하는데 작가가 노년에 만든 그림책이지만 이 그림책의 그림과 글은 상상력이 풍부하다. 이야기는 정글을 탐험하면서 겪는 황당무계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꿈속..

상상력 2023.04.29

미야베 미유키 [안녕의 의식] 8편의 판타지 단편소설

미야베 미유키의 [안녕의 의식]은 일본에서 2019년에 출간되었고 비채에서 2023년에 번역출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번역서 표지가 너무 시시하다. 일본판 책의 표지가 훨씬 낫다. [안녕의 의식]은 8편의 판타지 단편소설을 담은 것이니까 판타지 소설에 걸맞는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디자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는 내가 그녀의 모든 번역서를 다 읽을 정도로 '무척'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일본어를 잘 알았다면 일본어로 읽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의 의식]에 담긴 단편소설들은 현재의 사회문제를 판타지 장르로 풀어낸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글쓰기의 촘촘함은 다른 판타지 소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고심하고 연구해서 써내는지 알 수 있다. '엄마의 법률'..

상상력 2023.04.08

미야베 미유키 [아기를 부르는 그림] '기타기타 시리즈' 두 번째

미야베 미유키의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기타기타 사건부]에 이어지는 책이다. 일명 '기타기타 시리즈'라고 출판사에서는 이름지었다. [기타기타 사건부]는 2020년에,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2022년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스피어에서 모두 번역출간했다. 기타기타 시리즈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인데, 주인공이 10대 소년 기타이치이다. 그리고 그의 절친이 된 기타지가 겁 많은 기타이치를 돕는다. 기타지는 무술실력이 뛰어나다. 기타이치와 기타지가 함께 풀어나가는 사건의 진상이라는 의미에서 기타기타 시리즈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기타기타 시리즈 1권에서는 기타이치를 거둬키운 오갓피키인 센키치 대장이 죽어 그가 하던 문고사업이 수하였던 만사쿠에게 물려지고 기타이치는 그 밑에서 문고사업을 돕..

상상력 2023.03.24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사건 해결을 위해 괴로사 고양이와 괴뢰 인간이 힙을 합치다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 있어 내 관심을 끈 일본소설이다. 고양이가 나오는 미스터리물이라... 참신하다. 작가는 사이조 나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작가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어보니까 확실히 나름의 상상력이 있는 작가임을 인정할 수 있었다. 7편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귀여운 고양이의 몸짓을 그린 그림이 나온다. 원래 일본에서 출간될 때도 이런 식의 속표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속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기 담아두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의 괴뢰'에서는 주인공 괴로사 고양이 미스지가 괴로사 요리마쓰가 사라진 후 새 괴뢰사로 정해지고 그의 괴뢰로 아지로라는 희곡작가가 임명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괴뢰'의 네 가지 조건이다. 인간 누구나 고양이의 괴뢰가 될 수는 없다...

상상력 2023.03.10

미야베 미유키 [인내상자] '비밀'을 소재로 한 단편집

[북스피어]에서 2022년 여름에 번역출간한,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인내 상자]는 일본에서는 1996년에 출간된 것이다. 즉 미야베 미유키가 30대 중반일 때 출간되었다. 미야베 미유키는 지금도 왕성하게 소설을 내놓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글을 쓰는구나,하고. 이번 [인내 상자]는 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글 한 편의 분량이 적다. 책은 제목을 [인내 상자]로 선택했고 그 글을 제일 앞에 실었다. 그래서 무척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이게 뭐야?하는 실망감이 들었다. 뒤에 실린 편집자 후기에서 편집자도 '인내의 상자'..

상상력 2023.01.02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기계] 에도시대에 등장한 로봇과 얽힌 옛이야기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기계]는 에도시대에 등장하는 유리눈을 하고 황금색 몸을 가진 로봇 '금색님'를 다룬다. 에도시대에 로봇이라니! 판타지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일본추리 소설 협회상을 받았다고 해서 나는 이 소설이 미스터리겠거니 했다. 굳이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아무튼 나는 이 소설이 쓰네카와 고타로의 다른 소설에 비해 가장 덜 재미있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이야기하지만. 열심히 무언가를 생산했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최상인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이 그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작가가 옛날 이야기로 읽어달라고 하니까, 그냥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옛날 이야..

상상력 2022.12.15

쓰네카와 고타로 [야시] 가상공간과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야시'와 '고도'에 대한 상상

상호대차 신청한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한 눈에 보아도 책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간 흔적이 역력했다. 그 만큼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겠지. [야시]는 쓰네카와 고타로의 두 편의 중편 [바람의 도시]와 [야시]가 실린 소설책이다. 둘다 공포와 불안감을 자극하는 다크 판타지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05년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블마인에서 2006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어린 시절 길을 잃었을 때의 두려움과 불안에서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에 길을 잃었던 경험을 나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 소설이 주는 공포와 불안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작가소개를 보면 [야시]는 12회 일본호러대상을 수상했고 134회 나오키상 후보작에 올랐다고 한다. 나..

상상력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