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다크매터 시리즈]를 보고 재미있었다면서 내게 그 드라마의 원작소설인 [30일의 밤]을 소개했다.
소설은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소설인데, 사실상 주제는 가족애라고나 할까.
이 소설은 2016년에 'Dark matter(암흑물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푸른숲에서 '30일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도대체 왜 '30일의 밤'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제목을 '암흑물질'이라고 하면 책이 잘 안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듯.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라고 한다.
이 소설은 이미 [다크매터]라는 제목 아래 드라마화되었다.
제이슨이란 주인공은 아내 다니엘라, 10대 청소년인 아들 찰리와 함께 단란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 나름 과학자로서의 능력도 있었지만 다니엘라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서 꿈을 접고 2류대학 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아내 다니엘라 역시 화가로서의 꿈이 있었지만 그 꿈을 포기한 채 평범한 주부로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도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평행세계에서 살아가는 제이슨2는 과학자로서도 성공하고 다니엘라도 화가로 성공한다. 하지만 둘은 결혼하지도 않았고 자녀도 없는 싱글이다.
제이슨2는 평행세계를 이동하는 데 성공한 후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기로 하면서 제이슨을 자신의 세계로 보내고 자신은 제이슨의 세계에서 제이슨 대신 살아가기로 한다.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세계로 보내진 제이슨은 갖은 고난 끝에 자신의 세계로 되돌아와서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되찾는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제이슨이 다른 행성에서 이유도 모른 채 쫓기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세상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무한한 가능한 세계의 문을 통과하면서 고난을 겪는다. 평행세계 속으로의 이동이라는 판타지적 세계가 펼쳐진다.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와서도 자신을 쫓는 셀 수 없는 또 다른 나. 그 나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제이슨 필사적 노력이 계속된다. 이 즈음 되면 소설의 주인공인 제이슨의 삶이 위기로 가속화되는 느낌이 든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하는 의문이 독자로서 들지 않을 수 없다. 소설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덮으면 뭐야, 가족애를 이야기하려고 제이슨으로 하여금 그토록 수난을 겪게 했던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가족 드라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가는 우리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평행세계라는 공간을 상상하면서 풀어본 것 같다.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 중 하나를 현실화시키면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도 아쉬움은 있게 마련. 일에 있어서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을 형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삶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을 작가가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기대한 것에 비해 소설의 결말이 아쉽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상황이 거의 끝까지 위기 속에서 팽팽해져가다가 마지막에 툭 끊어지는 고무줄처럼 끝이 나서 허탈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소설보다는 드라마가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