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8

무레 요코 [일하지 않습니다]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의 이어지는 이야기

무레 요코의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에 이어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일하지 않습니다-연꽃빌라 이야기]를 읽었다. 이 작가의 소설이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고 하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평생 싱글로 살아서인지,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그리고 이 연꽃빌라 시리즈까지 모두 주인공은 싱글여성이다. 그리고 모두 중년 여성이다. 나름의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주변 여성들과 좋은 인연을 쌓아가는 삶을 다룬다고나 할까. 이번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키 크고 젋은 여성인 지유키씨가 등장한다. 그리고 요리견습생이었던 사이토군이 빠진다. 이제 연꽃빌라에는 교코, 구마가이씨, 지유키씨, 고나쓰씨가 산다.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대지진. 낡은 빌라인 연꽃 빌라는 그 대..

소설 2024.08.04

무레 요코[세평의 행복, 연꽃빌라]

지난 번에 무레 요코의 [나이 듦과 수납], [고양이의 주소록]을 읽고 나서 계속해서 이 작가의 책을 빌려보는 중이다. 올여름 무더위는 무레 요코의 책을 읽으며 견딜 생각이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 라는 제목의 소설. 일본에서 2011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레드박스에서 번역출간했다. 이 소설이 한국에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 무레 요코의 소설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읽은 것이 모두인데, 이번 책도 앞서 읽은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카모메 식당]의 원작소설은 읽어보질 못했지만 영화를 생각해 보면 역시나 비슷한 느낌이다. 혼자 사는 중년 여성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여성들의 자매애가 포함되..

소설 2024.08.02

미야베 미유키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하이쿠가 모티브인 12편의 단편 소설

북스피어가 올해 1월에 번역출간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제목이 무척 길구나 싶었다. 제목을 보다 보니 좀비물인가?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리고 도서관에 이 책을 구입해달라고 신청했고 그 책을 받아서 읽는 순간, 잠깐 의아했다. 12편의 단편소설이었는데다가 각각의 소설 제목이 모두 그렇게 길었다. 그리고 첫번째 소설 '산산이 지는 것은 여물고자 함이니 복사꽃'을 읽고 나니 시대물도 아니고 현대 이야기인데다가 미쓰터리물도 아니고 판타지물도 아닌 평범한 드라마적인 이야기라서... 약간 실망했다고 할까. 일곱 편을 읽고 난 다음에야 모든 소설의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작가가 여성이라서 그런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통..

소설 2024.02.19

[괴담] 유령 이야기

올여름 도서관 북큐레이션 주제는 '공포소설'. 전시된 책 가운데 '괴담'이라는 제목 때문에 고이케 마리코의 [괴담]을 손에 들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방바닥 돗자리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 도서관 사서가 주제를 공포소설이라고 정한 이유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을 지금껏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이 처음. 미야베 미유키 정도의 필력이 돋보이지는 않는 것 같는다. 다른 책은 어떠려나... 7편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소재가 모두 '유령'. 죽음에 관한 저자의 관심에서 이 이야기들을 지었다고 한다. 타인의 죽음,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주는 고통은 유령이 되어서라도 죽은 존재가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한다는 것일까? 여기..

상상력 2023.07.30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기계] 에도시대에 등장한 로봇과 얽힌 옛이야기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기계]는 에도시대에 등장하는 유리눈을 하고 황금색 몸을 가진 로봇 '금색님'를 다룬다. 에도시대에 로봇이라니! 판타지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일본추리 소설 협회상을 받았다고 해서 나는 이 소설이 미스터리겠거니 했다. 굳이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아무튼 나는 이 소설이 쓰네카와 고타로의 다른 소설에 비해 가장 덜 재미있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이야기하지만. 열심히 무언가를 생산했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최상인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이 그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작가가 옛날 이야기로 읽어달라고 하니까, 그냥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옛날 이야..

상상력 2022.12.15

쓰네카와 고타로 [천둥의 계절] 온과 하계 두 세계 사이의 도주와 추격

[천둥의 계절]은 쓰네카와 고타로(1973-)의 소설책으로는 세 번째로 읽은 책이다. 앞서 그의 소설 [가을의 감옥] [멸망의 정원(2018)]을 소개했었다. [천둥의 계절]은 일본에서 2006년에 출간되었는데, 이후 개정되었고 2021년에 고요한 숨에서 번역출간된 것은 개정판이다. [천둥의 계절]은 쓰네타와 고타로의 첫 작품인 [야시]에 실린 '바람의 도시'의 확장판이라고 한다. [야시]가 궁금해져 상호대차 신청을 해두었다. 차례를 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인 겐야, 그리고 그의 누나인 아카네, 겐야를 온의 세계로부터 도망치게 만든 살인자 나기히사, 겐야와 아카네가 힘을 합쳐 물리친 끝없이 환생하는 악당 도바 무네키가 주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천둥의 계절에서 시작된다. 천둥의 계절은 겨울과 봄..

상상력 2022.12.07

[행복목욕탕]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나카노 료타의 [행복목욕탕]. 나카노 료타는 [행복목욕탕] 영화의 감독이자 작가다. 영화 [행복목욕탕]도 책과 다르지 않고 재밌다. 후타바는 목욕탕을 물려받은 가즈히로와 결혼한다. 가즈히로는 뒤늦게 아즈미 이외의 아유코라는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집을 나가 야유코를 돌보며 산다. 아유코는 초등학생. 아즈미는 고등학생. 후타바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 나간 남편 가즈히로를 찾아나서고 아유코까지 거두기로 한다. 그리고 후타바는 가즈히로의 전 부인인 기미에를 찾아서 기미에의 딸 아즈미도 만나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타쿠미라는 방황하는 청년을 알게 된다. 또 후타바는 죽기 전에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서 탐정을 고용한다. 요약하면, 후타바는 어머니 없이 자랐고 어머니가 없어진 아이들..

소설 2021.08.01

무라카미 하루키 [잠]

책은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왔다. 그토록 사람들이 하루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묘사력이 탁월하다. 이야기를 엮는 재주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흥미롭다. 나는 대개 장편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반면,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을 선호하는데, 특별히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까닭은 작가가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 때문이다. 하루키의 이 바로 그랬다. 17일동안 잠을 자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젊은 주부의 독백. 가위눌리는 장면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내가 전에 눌렸던 가위와 너무나 흡사한 데 반해 나는 내 가위눌린 경험을 그처럼 생생하게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불면과 톨스토이의 에 대한 집착적 독서, 그리고 금지된 음식 초콜릿에 대한 욕망이 맞물려 돌아가는 대목은 책에서 손을 ..

소설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