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레 요코의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에 이어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일하지 않습니다-연꽃빌라 이야기]를 읽었다.
이 작가의 소설이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다고 하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평생 싱글로 살아서인지,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그리고 이 연꽃빌라 시리즈까지 모두 주인공은 싱글여성이다. 그리고 모두 중년 여성이다.
나름의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주변 여성들과 좋은 인연을 쌓아가는 삶을 다룬다고나 할까.

이번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인물인 키 크고 젋은 여성인 지유키씨가 등장한다. 그리고 요리견습생이었던 사이토군이 빠진다. 이제 연꽃빌라에는 교코, 구마가이씨, 지유키씨, 고나쓰씨가 산다.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대지진. 낡은 빌라인 연꽃 빌라는 그 대지진에도 견뎌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연재해라는 큰 위기를 넘고, 구마가이씨는 나이가 있으니까 건강상의 위기를, 지유키씨는 경제적 위기를 넘어간다. 우리 일상이 그렇듯 크고 작은 삶의 파도를 넘어가면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이니 연꽃빌라의 인물들도 그렇다.
주인공 교코는 새로운 도전을 해본다. 방 벽면을 아름답게 해 줄 태피스리를 자수를 놓아서 완성하려는 야망(?)을 가진다. 하지만 쉽지 않아서 고생을 사서 한다. 어쨌거나 자유로운 삶에 아름다움이 더해지면 일상은 좀더 풍부해질 것 같다. 재미와 아름다움이 더해진 자유로운 삶, 내가 꿈꾸는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삶은 '수상한 삶'이기도 하다. 그래도 교코가 그렇듯,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다가 죽는 것이 잘 사는 것 아닌가 싶다.
<노트>
-내일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행복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은 누군가에게 재촉당하거나 뭔가에 쫓기거나 하는 생활은 아니라는 것뿐이다.
-교코의 지금 생활을 살펴보면 여유나 미적인 구석이 있기는 한가 하고 스스로도 의문스럽다. 검소와 간결의 미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지 간난한 생활이지 않은가 하고 자조할 수도 있는 생활이다.
-그러게요. 중년의 나이에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고 할 때에는 어딘가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어물어물 계획이 흐트러진다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다. 특히 교코 자신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물러설 수 없는 일 하나쯤 있어도 괜찮다. 그게 아름다우누 것을 만드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도중에 그만두더라도 성관없지 않아요? 분명 사사카와 씨는 성실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아무리 해 보고 싶었던 거라도 도중에 좌절된다 하더라도 상관없잖아요. 나는 중년을 넘어서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적당히 해도 되지 않겠어요.(...) 모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이런 생활을 하는 거니까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적당히 천천히 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요."(구마가이씨의 말)
오늘도 어제에 이어 낮최고 35도라는 일기예보를 보았다. 무더운 여름날 역시 책읽기가 그 어떤 활동보다 나은 것 같다. 이런 날 무레 요코의 책은 내용도 편안하고 썰렁썰렁 읽어도 되니 최고의 선택이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