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무레 요코의 [나이 듦과 수납], [고양이의 주소록]을 읽고 나서 계속해서 이 작가의 책을 빌려보는 중이다.
올여름 무더위는 무레 요코의 책을 읽으며 견딜 생각이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 라는 제목의 소설.
일본에서 2011년에 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레드박스에서 번역출간했다.
이 소설이 한국에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
무레 요코의 소설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읽은 것이 모두인데, 이번 책도 앞서 읽은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카모메 식당]의 원작소설은 읽어보질 못했지만 영화를 생각해 보면 역시나 비슷한 느낌이다. 혼자 사는 중년 여성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여성들의 자매애가 포함되어 있다.
[연꽃 빌라]에서는 싱글인 교코라는 45세 여성이 대형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어머니의 잔소리와 회사의 생활을 청산하기로 하면서 연꽃빌라에 입주해서 무직으로 느릿느릿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허름하고 오래된 빌라에서 생활에 적응하고 할머니 구마가이씨, 여행가인 고나쓰씨, 요리견습생인 사이토군의 이웃과도 관계맺기를 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 속 여성은 조기퇴직한 채 싱글로 살아가는 내 지인의 삶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내 지인은 교코와 달리 주변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활기차게 지낸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다.
아무튼 이 소설은 조기 퇴직해서 돈벌이를 하지 않으면서 적은 돈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감을 줄 것도 같다.
<노트>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가만히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도 예정된 일은 없었다. 무직자가 됐으니까.('2')
-교코 자신도 남들이 보면 어떤 처지에 있는 인간인지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로 분명한 건 어떤 집단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이다.('2')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긴급하게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뿐이다.
-흐르는 강물에 제 몸을 맡긴 사람은 기분 좋게 흘러가지만, 도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고달프다. 아무 생각 않고 매 순간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흘러가는 데 능숙해져 오히려 그쪽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곰팡이도 무더위도 대설도 외풀도 전부 교코의 뇌가 둔해지지 않도록 주어진 사소한 시련인 것이다.
-유행을 쫓고 싶지는 않지만, 역시나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어쨌거나 이 소설 속 인물의 삶과 내 삶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