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대차 신청한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한 눈에 보아도 책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간 흔적이 역력했다. 그 만큼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겠지.
[야시]는 쓰네카와 고타로의 두 편의 중편 [바람의 도시]와 [야시]가 실린 소설책이다. 둘다 공포와 불안감을 자극하는 다크 판타지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05년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블마인에서 2006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어린 시절 길을 잃었을 때의 두려움과 불안에서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에 길을 잃었던 경험을 나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 소설이 주는 공포와 불안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작가소개를 보면 [야시]는 12회 일본호러대상을 수상했고 134회 나오키상 후보작에 올랐다고 한다.
나오키상은 나오키 신주고를 기념해서 대중문학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문예춘추사의 사내 단체인 일본문학진흥회가 주최한다고 한다.
일본 대중소설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으로 본다. 1935년부터 상을 수여하기 시작했고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하지만 중간에 중견작가에게 이 상이 주어져 비난도 받았다고.
[바람의 도시]는 다음해 장편소설 [천둥의 계절]로 확장된다.
일곱살 때 아빠와 벚꽃놀이를 하다가 아빠를 놓치고 고도에 들어선 소년이 겨우 그 길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온다.
12살 때 동급생인 가즈키에게 고도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고 함께 다시 고도에 들어선다.
어릴 때 벚꽃놀이를 했던 고네가이 공원의 출입구를 찾아 나가려 했지만 실패한다.
헤매다가 고도에서 태어난 렌이란 청년을 만나게 되고 렌과 악연인 고모리도 만난다. 그 과정에서 고모리에게 가즈키가 죽임을 당하고 렌은 고모리를 죽인다. 가즈키를 되살리기 위해 렌과 동해해서 고도의 미로를 이어간다. 유랑 중 렌의 독특하고 기묘한 사연을 듣게 된다. 렌의 어머니, 렌을 거둔 호사카와, 고모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롭다. 죽은 자를 살린다는 비의 사원에 마침내 도착하고 죽은 자를 살리기 위한 세 가지 조건에 대해 듣는다. 가즈키와 같은 나이의 건강한 육신, 가즈키를 돌볼 보호자, 사원에게 시주할 돈이 필요하다. 소년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여름날 고도의 미로에서의 방랑은 기이한 모험을 하는 꿈처럼 느껴진다.
[천둥의 계절]이 [바람의 도시]의 확장판이라고 한 까닭은 이어진 두 세계를 넘나드는 대목에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우리 세계에 이어져 있다는 상상.
[야시]는 여대생 이즈미가 고교 동창생인 유지의 제안으로 야시에 갔다가 겨우 그곳을 빠져나오는 이야기다.
야시는 다른 세계에 속한 시장이다. 이곳은 물건을 사지 않는 한 빠져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그 규칙을 알지 못하는 아즈미에게는 야시에서 파는 비싼 물건을 살 여력이 없다. 그건 유지도 마찬가지다. 유지는 전재산을 가지고 야시에 왔지만 사고자 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
새, 벌레, 박쥐가 야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데 그 소식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번 야시를 다녀온 사람이다. 그렇다면 유지는 언젠가 야시에 갔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고 물건을 사서 그곳을 빠져나왔다는 것인데 유지는 야시와 관련한 어떤 경험을 한 걸까?
유지는 야시와 관련한 죄책감이 있어 항상 우울하다. 그는 그곳에서 그를 죄의식에 빠뜨린 어떤 잘못을 한 걸까? 도대체 유지는 앞서 야시에서 무엇을 구입했던 것일까? 어린 소년이었던 유지는 어떻게 돈을 지불했던 것일까?
또 돈이 거의 없는 이즈미는 어떻게 야시를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무엇을 구입했을까?
야시에서 이즈미와 유지가 만난 노신사의 정체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 노신사는 누구일까?
이 소설 속에서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보통 사람은 야시에 세 번을 갈 수 있다고 하니까 언젠가 야시가 열리면 이즈미에게는 그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이즈미는 또 다시 야시를 들를까?
'바람의 도시'에서도 고도는 여러 다른 공간들로 이어지는 길이다. '야시' 역시 현실세계와 다른 공간인데, 이 공간은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곳이다. 무한한 공간을 연결짓는 교차점인 야시와 수많은 공간을 이어주는 길인 고도, 무한히 가능한 공간과 현실 공간이 서로 이어져 존재한다는 작가의 상상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나는 이 소설을 한밤중에 읽기 시작해서 새벽에 잠을 설친 정도로 매료되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그 만큼 흥미롭기 때문이다. 자면서 꿈을 꾸듯, 이 소설을 읽으면서 꿈꿀 수 있다. 비록 악몽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