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기계] 에도시대에 등장한 로봇과 얽힌 옛이야기

Livcha 2022. 12. 15. 14:24

[금색기계] 소설책 표지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기계]는 에도시대에 등장하는 유리눈을 하고 황금색 몸을 가진 로봇 '금색님'를 다룬다. 

에도시대에 로봇이라니! 판타지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일본추리 소설 협회상을 받았다고 해서 나는 이 소설이 미스터리겠거니 했다. 굳이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아무튼 나는 이 소설이 쓰네카와 고타로의 다른 소설에 비해 가장 덜 재미있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이야기하지만.

열심히 무언가를 생산했다고 해서 그 결과물이 최상인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이 그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작가가 옛날 이야기로 읽어달라고 하니까, 그냥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옛날 이야기라고 하면 오히려 미야베 미유키의 흥미진진한 에도 배경의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들이 떠오른다. 

작가와 번역가의 소개

[금색기계]는 2013년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RHK에서 2018년에 번역출간했다. 

이야기는 유곽 시나노야 창업자 구마고로가 죽음의 손을 가진 하루카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구마고로가 죽고 하루카가 금색인을 죽게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도대체 구마고로와 하루카는 무슨 관계이며 하루카와 금색인은 어떤 관계일까? 이 질문은 소설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고 볼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나름 긴 세월을 산 금색인이 어떻게 에도시대에 나타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어느날 나타났을 뿐. 하지만 금색인 어떻게 살아왔고 죽음을 맞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을 부르는 손을 가진 하루카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간다. 하루카의 친부모는 뛰어난 사냥꾼 요시히코와 활을 잘 쏘는 미유키다. 그런데 친부모들이 모두 죽어 하루카는 의사 소노 신도와 하녀에 의해 강기슭에서 거두어진다. 하루카는 의사 소노 신도의 부탁으로 고통받는 노인을 안락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하루카의 재능인 죽음을 부르는 힘은 그의 조부로부터 이어진 것임을 나중에 밝혀진다. 하루카는 나중에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복수에 성공한다. 하루카는 어머니의 원수를 찾아나서고 나중에는 남편의 원수를 찾아나선다. 여기서 하루카가 결혼을 하게 된 계기가 어머니의 복수와 관련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구마고로의 사연도 무척 기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살해당할 뻔하고 도주했다가 귀어전 사람들에 의해 거두어져 그곳에서 살아가다가 나중에 유곽 창업자가 된다. 여기서 구마고로가 귀어전에서 만났던 인물들, 두령 한도 고키와 그의 아들 한도 마사쓰구, 창기인 모미지 누나는 주요 인물이면 미스터리를 이끌고 간다. 모미지는 귀어전을 탈출하고 귀어전의 두령은 유메루에 의해 살해되고 두령의 아들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나선다. 그렇다면 탈출한 모미지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두령은 왜 죽게 되는지, 유메루는 누구인지, 과연 두령의 아들은 복수에 성공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구마고로와 친했던 모미지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질지도. 

 

금색인은 모든 주요 인물들과 관련이 있다. 금색인과 귀어전 두령은 어떤 관계인지, 금색인과 하루카는 어떻게 만나고 무엇을 함께 도모하게 되는지, 금색인과 두령의 아들은 어떤 협력을 하는지 금색인과 시바모토 겐지, 금색인과 하루카의 아버지 요시히코는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또 금색인이 귀어전에 머물게 되고 귀어전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나온다. 금색인은 유젠가를 지키는 존재인데, 유젠가의 지요는 귀어전의 두령 한도 고키의 어머니다. 따라서 지요에서 한도 고키, 한도 마사쓰구로 유젠가가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요는 금색인에 의해 양육되는데, 금색인과 지요의 어머니 쓰바메와의 관계가 또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결국 이 소설은 미스터리가 맞다. 무수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으니까. 

 

소설 속에서 '겨울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시기'라는 구절이 나온다. 지금 밖에는 함박눈이 내린다. 겨울은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 읽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소설은 바로 겨울밤에 읽기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