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고양이'가 들어 있어 내 관심을 끈 일본소설이다. 고양이가 나오는 미스터리물이라... 참신하다.
작가는 사이조 나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작가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어보니까 확실히 나름의 상상력이 있는 작가임을 인정할 수 있었다.
7편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귀여운 고양이의 몸짓을 그린 그림이 나온다.
원래 일본에서 출간될 때도 이런 식의 속표지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속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기 담아두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의 괴뢰'에서는 주인공 괴로사 고양이 미스지가 괴로사 요리마쓰가 사라진 후 새 괴뢰사로 정해지고 그의 괴뢰로 아지로라는 희곡작가가 임명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괴뢰'의 네 가지 조건이다. 인간 누구나 고양이의 괴뢰가 될 수는 없다. 자격이 있어야 한다.
1. 한가할 것. 2. 눈치와 감이 빠를 것. 3.호기심이 많을 것. 4.고양이를 좋아할 것.
나는 괴로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2번 눈치와 감이 빠를 것에 자격 미달.
괴뢰와 괴뢰사라니... 상상력이 뛰어나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화분을 깼다고 누명을 쓴 고양이 기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결국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아지로와 아지로의 친구 겐바치가 다시 만나게 되고 겐바치는 오사야 아가씨와 맺어진다.
두 번째 이야기는 미쓰지가 고양이의 천적이 까마귀로부터 새끼 고양이를 구출한다. 이 새끼 고양이는 아지로가 맡게 된다.
또 오토라의 행방불명된 새끼 고양이를 찾기 위해 분투한다.
고양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고양이 사건은 결국 사람과 얽힌 사건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해결할 수 없어 아지로와 같은 괴뢰가 필요하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늙은 고양이 붉은 영감을 돌보던 도이치라는 좀 부족한 인간인 사람을 살해하려 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잡힌다. 이번에는 도이치의 누명을 벗기는 것이 관건.
고양이, 까마귀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
도대체 누가 이토록 잔인하게 고양이와 까마귀를 죽이는 걸까?
결국 범인을 색출해내고 까마귀는 시원하게 복수를 한다.
"꼬마들이란 얼마나 잔인한 지. 인간 곁에서 살아가는 개나 고양이라면 누구보다 잘 안다. 귀나 콧수염이나 꼬리를 잡아다이고 온몸을 던져서 덮치며 거침업시 찰싹찰싹 때린다." 이 대목을 읽다 보니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의 꼬리를 당긴 기억이 떠올라 부끄럽다. 아무튼 아이들은 절대 천사가 아니다.
아지로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 '유키'를 처음 돌본 사람은 바로 요리마쓰. 전 괴로사였던 요리마쓰와 이름이 같다.
이렇게 이름이 일치하는 고양이 엄마와 괴뢰사, 미스터리의 주요한 연결고리가 여기 있다.
각 편의 이야기 속에 작은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큰 사건과 관련된다.
괴뢰사 요리마쓰는 왜 사라진 걸까? 새끼 고양이 엄마인 기생이 요리마쓰는 왜 행방불명이 되었을까?
기생 요리마쓰와 서신을 나누던 리자부로는 또 왜 없어진 걸까?
행방불명된 두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가 바로 큰 사건의 핵심이다.
이 편에서는 리자부로의 사연이 나온다.
리자부로의 이해하기 힘든 행적, 그리고 리자부로와 요리마쓰의 관계.
그리고 고양이 사냥꾼이 등장한다.
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아지로와 리자부로의 동생 사키치로, 그리고 요리마쓰의 후배 하루씨가 함께 범행의 증거를 얻기 위해 힘을 합친다.
고양이들은 합세해서 범인을 혼내준다.
마침내 리자부로와 요리마쓰가 마을로 돌아온다.
묶은 사건들이 해결되고 진실이 드러난다.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속도가 붙고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앞의 작은 사건 이야기들은 워밍업이라고나 할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보면 나름 재미있는 소설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