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무레 요코 [지갑의 속삭임] 50대초반 여성의 일상사에 대한 이야기

Livcha 2024. 8. 19. 12:02

무레 요코 [지갑의 속삭임] 책표지

무레 요코 책 읽기 이제 7권째. 이번에는 에세이다.

[지갑의 속삭임]은 2007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18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책의 부제가 '오십이 넘어 알게 된 것'인데, 책 출간연도를 고려해볼 때 무레 요코가 53세때니까 50대 초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50대 초반의 여성의 일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지는 않아 실망. 

작가의 60대 초반의 에세이인 [나이듦과 수납]에 이어 [지갑의 속삭임]은 기대보다 흥미롭지 않았다. 

작가의 솔직함이 드러나 그것 자체가 웃게 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책이 좀 수다스럽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무레 요코의 에세이보다는 소설이 더 흥미로운 것 같다. 

그럼에도 몇 가지 배울 만한 점도 있다. 

작가 이력

 

 

책 제목이기도 한 '지갑의 속삭임'은 1장 제목이기도 하다. 

이 장은 무레 요코가 자신의 일상사에서 경제적인 측면을 다룬 글을 모았다. 

노후도 50대 이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고 혈연가족에게 돈을 뜯기고 '돈을 시궁창에 버리는' 헛짓을 하고 가계부도 쓰지 않는 등 경제관념이 없어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구두쇠 기질도 있고 운동은 지속적으로 잘 해내지 못하지만 좋은 식사를 위해서는 아낌 없이  지출하는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내보인다. 

 

2장은 의식주 가운데 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모았는데, 이 장에서는 '톳' 요리를 해볼까?하는 배움을 얻었다. 어릴 때 먹어보고 먹어 보지 못한 '톳'을 조림으로 먹을 수 있구나, 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할까. 

 

3장에서 작가가 의자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뭔가를 만들어 선물한다는 것에 대해 좀 경계해야겠다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과 몸상태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 

그리고 일본에 사는 사람 답게 지진에 대한 기본적인 두려움과 불안이 있구나, 싶었다. 

 

4장은 분류하기 어려운 몇 편의 글을 실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나이와 함께 변하는 독서의 즐거움'은 두 사람을 떠오르게 했다. 나이가 드니까 눈이 피로해서 책 읽기가 힘들다며 하소연한 지인, 이 사람은 그 어떤 사람보다 독서를 많이 하고 독서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 말을 흘려 들을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지인은 평소에 많은 책을 구입하는데 그 책들을 나중에 은퇴하면 읽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 사람 또는 무레 요코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은퇴해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데... 그 사람에게는 좀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나 보다. 내가 보기에는 노년을 꾸리기에 충분한 경제력으로 보이는데... 

 

어쨌거나 이 책의 뒷표지에서 '유쾌한 무사태평 중년의 싱글 라이프'라고 소개하고 있어 좀 고개를 갸우뚱했다. 50대는 노년이 아니고 여전히 중년 취급을 받구나,하고. 50대는 중년과 노년의 사이에 낀 애매한 나이대가 아닌가 싶다. 

또 무레 요코는 54년생이라서 그런지 남녀에 관한 성별 차이에 관한 고정관념이 엿보인다. 

 

노트>

1장 지갑의 속삭임

-버리는 것도 돈과 체력이 필요한 힘든 일이다.('노후의 계획')

-인간은 너무 베풀어주면 기어오르고 타락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부모의 등골')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강하구나' 새삼 깨달았다.('이상적인 사랑')

-(...)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관찰하기는 좋아하지만 얽히기는 귀찮다. 내키지 않는 회식이나 파티,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에 가면 기분이 나빠지고, 그런 곳에 가야만 할 때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동물이나 새였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이상적인 사람')

 

3장 집의 안팎

-중장년층 사고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꽤 많단다.('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중장년이 되면 젊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몸상태가 된다. 뜻밖의 상황이 생기면 마땅히 해야 할 반응도 대응도 할 수 없게 된다. 어린아이에게 집아닝 절대 안전한 환경이 아니듯 나이든 사람에게도 똑같이 위험하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젊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기억했고 무의식적으로 주의했던 일들도 중장년이 되면 점점 어려워진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4장 일본어인데도 알 수 없는 말들

-독서가 이렇게도 체력과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한 일인지는 이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오십이 넘자 그런 힘들이 전부 줄어들었다. ('나이와 함께 변하는 독서의 즐거움')

-책 같은 건 나이가 들고 나서 읽으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젊은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이들어 책을 읽으려고 해도 그런 습관이 없으면 웬만한 근성으로는 읽을 수 없다. ('나이와 함께 변하는 독서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