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무레 요코[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60대 초반 싱글 여성의 삶

Livcha 2024. 8. 22. 10:40

무레 요코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책표지

무레 요코 책 읽기 8번째. 이번에는 무레 요코가 60대 초반인 2018년에 일본에서 출간한 에세이집 [꽤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다에서 2020년에 번역출간되었다. 

짧은 글들이 의식주, 건강과 일, 돈, 그리고 인간관계 및 죽음준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 

이번 에세이는 다른 에세이에 비해서 더 흥미로왔다. 

60대 초반 싱글 여성이 고양이를 데리고 사는 일상의 모습이 솔직하고 재미있게 잘 그려져 있다. 

 

무레 요코의 소설과 에세이집이 놀랄 정도로 많다. 

특히 소설 [연꽃빌라 이야기] 시리지가 최근까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모두 9권. 우리나라에서는 1,2권 밖에 번역출간되지 않은 모양이다. 

좀더 읽어보고 싶은데 아쉽다.  

심플하게 삽니다. 집>

8. 절대 사지 않는 물건>

무레 요코가 절대 사지 않는 물건은 전자레인지와 로봇청소기를 예로 들고 있다. 

나 역시 전자레인지와 로봇청소기가 없는 삶을 살고 있고, 청소기는 시끄러워서 사용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청소를 하는데 무레 요코 역시 나랑 생각이 같아서 흐뭇하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얼마나 간편한지. 쓱쓱 쓸어 모아 휙 버리면 그만이다."

 

10. 심플라이프>

-매일 조금씩 물건을 줄이고 있는데도 누군가가 몰래 줄인 만큼 다시 갖다놓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무지 줄어들지를 않는다.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다. 

나 역시 매일 물건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인데, 만족스러울 정도로 물건이 줄지 않아 고민이다.

 

순리대로 나이듭니다. 건강>

1. 지나치게 애쓰지 않기>

-지금 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늙은 고양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다. 나는 이 점에서는 열심히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의 것에는 필요 이상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살아갈 생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무레 요코의 고양이가 20세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로부터 세월이 수 년이나 흘렀으니 고양이가 아직도 살아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쨌거나 반려동물인 고양이랑 함께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레 요코 정도의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4. 호들갑 떨지 않고 순리대로>

-나에게는 우리 늙은 고양이를 돌봐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한 주에 한 번 한약방에서 건강 체크를 받고 있고, 또 치과에도 정기적으로 다닌다. 

건강검진도 받지 않는다는 무레 요코. 사실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하나 싶다. 검진을 받기 전에 평소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건강이 나빠진다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싫으면 하지 않습니다. 일>

1.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레 요코처럼 다작을 한 작가가 작가일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 신기하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 역시 인연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 무레 요코에게는 작가 일이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2. 프리랜서의 특권

-회사를 그만 둔 후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거절해 왔다. 덕분에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살지는 않는다. 그것이 프리랜서의 특권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절한다는 것,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돈벌이를 하지 않기도 했지만 살면서 보니까 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쉬엄쉬엄 일을 하는 편이다. 프리랜서의 특권. 아니, 너무 쉬엄쉬엄하는 것인지도... 코로나 시절에는 아예 돈벌이를 포기했고 이후에도 금방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서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돈으로 사는 법을 잘 익힌 덕분에 지금도 가진 돈으로 그럭저럭 살 만하다. 결국 인생은 짧으니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하다. 자유롭게 즐겁게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4, 고양이가 세우는 하루 시간표

-나의 하루는 함께 사는 여왕님 기질의 고양이에 따라 달라진다.

무레 요코의 고양이에 대한 집사로서의 헌신이 대단하다 싶다. 

고양이로 인해 기상시간이 정해지고 일을 끝내는 것도 고양이 때문이다. 

고양이 때문에 여행도 포기하고 외출시간도 길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무레 요코처럼 고양이집사 생활을 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11.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이 재밌다>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삼았던 생활은 최소한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내는 것이다.

무레 요코보다는 즐기는 취미가 많은 나로서는 독서 이외에도 재미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래서 항상 시간이 짧구나, 하고 한탄한다. 

소소하게 즐깁니다. 취미>

7. 발견의 창고, 서점>

-책은 사든 안 사든 상관없이 손에 들고 만져보는 즐거움이 크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책을 만져보는 즐거움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책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긴 하지만. 

 

9.추억이 담긴 물건 정리법>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고 해도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만약 내가 없어지면 주위 사람들이 처분하기 곤란할 것이다. 사진이나 편지류 등 지극히 사적인 것은 일찌감치 처분할 생각이다.

나 역시도 추억이 담겨서 처분하지 못하는 사진과 편지뿐만 아니라 물건이 많다. 무레 요코의 말대로 추억은 지극히 사적인 것. 따라서 남은 사람에게 민폐가 안 되도록 미리 처분하는 것은 중요할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편지와 사진을 정리해야겠다. 무엇보다 성가신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 사진을 주었을 때다. 아이는 그 아이의 부모에게는 소중한 존재여서 그 아이 사진이 소중할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부모가 아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귀찮은 물건이 된다. 그래도 준 사람의 마음 때문에 지금껏 지니고 있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버려야 할 것 같다. 

 

적당히 거리를 둡니다. 인간관계>

7. 솔직히 내게 결혼이란>

-같이 살 수 있는 범위는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더라도 식물이나 개, 고양이까지이며 인간과는 동성이라도 함께 살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이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내 경우는 같이 살 수 있는 범위는 파트너와 식물 정도다. 동물은 파트너와 키우지 않기로 약속했기에 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만약 같이 사는 파트너가 사망하면 그때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때는 식물만, 그것도 최소로 키우면서 살 생각. 

 

18. 인생의 마지막은 간단히>

-나의 희망사항은 지금 같이 사는 고양이보다 오래 사는 것. 딱 그것뿐이다. 늙은 고양이를 마지막 순간까지 정성껏 돌본 후에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

여기서도 고양이에 대한 책임감이 잘 드러난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언제든 죽을 수 있으니 그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내가 죽고 난 다음 내 시신 따위가 어떻게 될지는 상관 않는다.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관계로 지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현은 하고 싶다. 부조금은 절대로 받지 않을 생각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한 끼 식사를 나눠주고 싶을 뿐. 

죽어감에 있어서 연명치료는 방해물이다. 무레 요코와 같은 생각. 담담히 죽어감을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고통을 줄여주는 정도는 괜찮지만. 죽기까지 삶의 질은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치매에 걸리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행운이라고 본다. 오래 살고 치매에 걸리게 되는 것과 오래 살지 못하더라도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