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29

[죽는다는 건 어쩌면 나비가 되는 것과 같아요]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누는 죽음에 관한 대화

평소 '죽음'에 대한 테마를 다루는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 그림책도 그런 책 중 하나라서 선뜻 집어 들었다. [죽는다는 건 어쩌면 나비가 되는 것과 같아요]라는 제목을 보면서, 혹시 종교적이 상상적을 다루는 책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까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누는 죽음의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았고, 애벌레가 나비로 변한다는 생각 역시 상태의 변화에 대한 비유 정도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았다. 사실 우리에게 죽음이란 바로 상태의 변화가 맞다. 다만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존재의 연속성을 갖는 변화는 아니다. 그래서 비유는 항상 오해할 위험을 포함한다. 나 역시도 제목을 보면서 애벌레가 나비로 변한다는 생각은 마치 사후 세계로 나아가는 영혼에 대한 종..

늙음과 죽음 2022.11.09

[내가 가장 슬플 때] 아이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의 슬픔

마이클 로렌이 쓰고 퀜틴 블레이크가 그린 [내가 가장 슬플 때]는 어쩌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제를 보면 'Michael Rosen's sad book'이다. '마이클 로젠의 슬픈 책'이라는 제목이 바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함축하고 있다. 이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니까 실제 모습과 그림의 '나'가 너무 닮아서 놀랐다! 그리고 1980년에 태어난 그의 아들 에디 로젠이 1999년에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사람은 세 번의 결혼을 했고 두 번째 결혼은 1997년에 끝이 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의 이야기를 쓸 당시에 작가의 심리상태가 지극히 우울한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작가는 이 책으로 2004년 4세에서 11세 아동을 위한 최고의 그림책상을 받는다. 마이클 ..

늙음과 죽음 2022.10.19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그림책

[살아 있는 모든 것은]은 브라이언 멜로니가 쓰고 로버트 잉펜이 그렸다. 찾아 보아도 텍스트를 쓴 브라이언 멜로니(Bryan Mellonie)에 대한 정보가 없다. 로버트 잉펜(Robert ingpen, 1936-)은 호주의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다. 1986년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이 그림책은 'Lifetimes'이란 제목으로 1983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마루벌에서 1999년에 번역출간했다. 마루벌에서는 부제를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라고 달았지만 원래 달린 부제는 'The beautiflul way to explain death to children(어린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아름다운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의 부제가 훨씬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늙음과 죽음 2022.09.06

[바다로 간 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죽어감

모니카 페트가 쓰고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그림 [바다로 간 화가]. 안토니 보라틴스키(Antony Boratynski, 1930-2015)의 그림에서 샤갈의 그림이 떠올랐다. 그림 자체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이 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폴란드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오스트리아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으로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의 그림을 [행복한 청소부]라는 그림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모니카 페트(Monika Feth, 1951-)는 독일 하겐 출신의 아동문학가, 작가이자 기자다. [행복한 청소부] 역시 모니카페트가 글을 쓰고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그림을 그렸다. 두 사람의 협업이 좋았나 보다. [바다로 간 화가]는 1996년 'Der Male..

늙음과 죽음 2022.09.04

[너희들도 언젠가 노인이 된단다] 노인은 아이의 미래

엘리자베트 브라미가 쓰고 얀 나침베네가 그린 그림책 [너희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단다]는 아이들에게 아이가 나이들어 노인이 된다는 것, 노인은 어떤 사람인지를 친절하게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어린이들이 미리 자신의 미래를 엿보도록 한다. 엘리자베트 브라미(Elisabeth Brami, 1946-)는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성장했고 일했다. 작가 생활은 40대후반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얀 나침베네(Yan Nscimbene, 1949-2013)는 이탈리아-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영화와 미술을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출판사 사업을 시작했다고. 50권 이상의 일러스트작업을 했다. 이 그림작가의 수채화를 삶의 성찰을 담은 '철학적인 수채화'라고 이름 붙인 것을 보았다. 어린이가 나..

늙음과 죽음 2022.08.11

[내가 함께 있을게] '죽음'을 비유적으로 다룬 그림책

볼프 에를브루흐가 쓰고 그린 [내가 함께 있을게]는 죽음을 다룬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07년 독일에서 'Ente, Tod und Tulipe(오리, 죽음 그리고 튤립]'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웅진 주니어에서 번역출간했다. 죽음을 맞는 오리 그림을 보다 보니, 내가 지켜 보고 돌보기도 했던, 하지만 죽음을 맞은 하천의 집오리들이 떠올랐다. 볼프 에를브르후(Wolf Erlbruch, 1948-) 는 독일의 어린이 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때때로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적 스타일로 평가된다.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책들도 있다. 이 그림책이 바로 그런 그림책이다. 재미난 그림책인 [누가 내 머리에 똥 샀어?(2001)]에서 볼프 에를브루흐는 베르..

늙음과 죽음 2022.08.01

[MêmePasPeur] 할머니의 다가올 죽음을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

오래 전 이웃으로부터 선물받은 그림책 [Mêmepaspeur] 는 클로딘 갈레아(Claudine Galea)가 쓰고 마르조리 푸르쉐트(Marjorie Pourchet)가 그린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2005년 Rouergue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클로딘 갈레아(1960-)는 프랑스인으로 성인, 청소년, 아동을 위한 문학작품을 쓰는 사람이다. 그림책 제목 'mêmepaspeur'는 두렵기조차 않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소녀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소녀'MêmePasPeur'와 할머니'TouteVielle'와 돌아가신 할아버지 'ToutVieux', 그리고 회색고양이'MinouGris'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름은 모두 '아주 늙었다'를 뜻하고 고양이 이름은 말 그대로 '회색..

늙음과 죽음 2022.07.18

사노 요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늙어감의 지혜

읽다 보니까, 사노 요코의 그림책을 계속 읽게 된다. 이번에는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언어세상, 2002)].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1985년에 출간된 것이니 정말 오래된 그림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기보다 어른들을 위한, 아니 나이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볼 수 있다. 98살 할머니가 5살이 된 기분으로 살아보니까 훨씬 삶이 활기차다는 이야기. 할머니는 항상 나이가 많다는 것을 '할 수 없는 이유'로 생각했지만, 5살이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할머니는 5살이 되니까 나비, 새, 물고기, 고양이가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없다는 생각할 때가 많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했던 것 중에 할 수 없..

늙음과 죽음 2021.08.17

[인생이 내게 준 선물] 말기암 환자의 죽기 전 90일간의 기록

우연히 이 책을 빌려보게 되었는데,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마음이 아프다' 였다. 53세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죽음을 맞게 된 남자의 처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죽음을 직면해서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행한 일들이 그가 살아온 것과 꼭 닮아서였다. 회계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유진 오켈리는 자신이 악성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죽기 석 달 전에 알게 된다. 살 날이 불과 석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특별히 고통을 느끼지도 않았으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른 암환자와 달리 죽기 직전까지도 신체적으로 크게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죽기 전까지 현재에 집중하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작별인사도 한다. 자연의 변화에 감탄하고 ..

늙음과 죽음 2021.08.13

다이애너 애실 [어떻게 늙을까], 80대여성이 들려주는 나이듦

1. 89세의 여성작가 Diana Athill가 쓴 이 책은 이미 89세인 사람이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읽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평균수명 이상 살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유혹이 되는 것. 그런데 왜 제목을 '어떻게 늙을까'로 붙였을까? 사실 이 책의 원제는 somewhere towards the end인데... 번역서 제목에 낚인 채 기대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다. 저자는 노년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긴 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어떻게 늙을까'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늙고 있다'가 적당해 보인다. 2. 표지의 그림은 아마도 고사리를 그리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나무고사리, 키가 20미터까지 자란다는 그 나무, 저..

늙음과 죽음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