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다이애너 애실 [어떻게 늙을까], 80대여성이 들려주는 나이듦

Livcha 2021. 8. 10. 12:47

 

1. 89세의 여성작가 Diana Athill가 쓴 이 책은 이미 89세인 사람이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읽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평균수명 이상 살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유혹이 되는 것.

그런데 왜 제목을 '어떻게 늙을까'로 붙였을까?

사실 이 책의 원제는 somewhere towards the end인데... 

번역서 제목에 낚인 채 기대한 내용을 찾지 못해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다.

저자는 노년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긴 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어떻게 늙을까'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늙고 있다'가 적당해 보인다.

 

2. 표지의 그림은 아마도 고사리를 그리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나무고사리, 키가 20미터까지 자란다는 그 나무, 저자가 자신의 정원에 심은 나무.

나도 그 나무가 궁금하다.

나도 정원이 있다면 한 번 심어보고 싶은 유혹이 느껴질 것 같다.

 

3.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 깊이 꽂이는 이야기는

나이가 들면 소리가 왜곡되어 들려서 귀에 거슬려 음악을 듣지 않게 된다는 것.

사실 난 나이가 들어 눈이 잘 안보이면 음악을 들으며 살아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눈뿐만 아니라 귀도 잘 안들리게 되는 것이 노년이라는 것, 정말 미처 생각지 못했다.

더 늙기 전에 책도, 음악도 열심히 즐겨야 하는구나, 그런 결론이 든다.

 

4. 치유가 필요해서 글을 썼다는 저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을 쓰는 이유가 참으로 다양하구나, 생각했다.

아무도 쓰지 않아서 쓴다는 작가도 있는데... 

 

5. 매일 세 시간씩 피아노를 치면서 노년을 보내는 친구 이야기에 그동안 방치해둬 먼지가 쌓여가는 내 피아노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하루 1시간이라도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다.

 

6. 기억해두고 싶은 말. 

 "우리가 이 세상에 거의 보이지 않아도 실제적인 뭔가를, 유익하든 해롭든 간에 남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