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이 책을 빌려보게 되었는데, 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마음이 아프다' 였다.
53세라는 상대적으로 이른 죽음을 맞게 된 남자의 처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죽음을 직면해서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행한 일들이 그가 살아온 것과 꼭 닮아서였다.
회계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유진 오켈리는 자신이 악성 뇌종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죽기 석 달 전에 알게 된다.
살 날이 불과 석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특별히 고통을 느끼지도 않았으니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다른 암환자와 달리 죽기 직전까지도 신체적으로 크게 통증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죽기 전까지 현재에 집중하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이 작별인사도 한다.
자연의 변화에 감탄하고 작은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는다.
이런 점들은 그가 평소 살던 모습과는 달라진 점들이다. 다행이다.
하지만 그는 평소와 같이 죽기 전까지 남은 날들을 계획하고 조직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 프로젝트로 간주하면서.
죽음에 앞둔 상황에서 자신이 깨달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을 쓰기로 한다.
또 그가 계획한 작별인사할 사람의 목록은 참으로 방대해서 놀랍기만 하다.
가족, 자녀, 친척, 동료들 이외에 공동의 경험과 취미로 인해 서로의 삶을 고양시킨 사람들에게도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숫자가 천 명을 넘는다는 것.
최고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법으로 그가 행한 것들에는 고개가 갸우뚱한 점들도 있다.
글쎄...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감동을 줄 수도 있겠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계획하고 의지적으로 노력하다니, 대단한데!하고.
하지만 그의 그런 노력들에게서 슬픔이 느껴진다.
그가 깨달았다는 것은 사실 굳이 그가 쓰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이다. 그리 대단한 것들도 아니다.
굳이 그에게서 그 깨달음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의 생각들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 자신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싶다.
그리고 그가 계획한 작별인사! 가족이나 친지, 동료가 아닌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로 천 명을 떠올렸다니!
그는 자신의 그런 모습에 감탄하고 만족하지만 글쎄...
작별인사를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작별인사조차 사업가의 비지니스 하듯이 하는 느낌이 든다.
죽음을 직면해서조차 업적, 가르침을 남기는 것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자신의 유한성, 그로 인한 불안, 공포, 고통을 진솔하게 나누는 이야기라면 이 책이 훨씬 감동적이었을텐데...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것.
죽음을 앞둔 나라면 저는 평소처럼 산책을 하고 주변 동물과 식물에 감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고 그렇게 보낼 것 같다.
며칠 전 백신을 맞게 되었을 때도 혹시 백신부작용으로 내가 죽을 수도 있겠지만 달리 할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대로 살다 죽을 뿐.
죽음이 닥친다고 해서 일상이 그리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죽어가는 다른 사람들이 들려 준 메시지이기도 하다.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물론 그는 미리 죽음을 생각하며 다가올 죽음을 맞아 계획하라고 한다.^^
그 다운 생각.
죽는 존재이니 미리 계획하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죽는 존재임을 자각한다면 지금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도록 지금 순간을 즐기도록 노력할 수 있겠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완벽한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사는 것.
완벽이라... 그 다운 수식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완벽이라는 말보다는 충족된 순간, 아름다운 순간, 기쁜 순간 등이 더 나은 표현이라 생각된다.
매순간을 기쁘게 살 수는 없겠지만 평온한 순간순간, 나날을 보낸다면 그것으로도 좋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