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닝햄(John Burningham, 1936-2019)이 쓰고 그린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무엇보다 그림에 유머가 있고 따뜻하다. 이 작가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존 버닝햄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 그는 1963년 첫 번째 그림책인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Borka: The adventures of a goose with no feathers)]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다.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은 영국의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서적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존 버닝햄은 두 번 이 상을 받았다.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그림책을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했다.
영국 동부지역의 플럼스터 기러기 부부가 낳은 여섯 기러기 가운데 기러기 보르카는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다.
깃털 없는 기러기.
그래서 기러기 엄마는 보르카에게 깃털을 대신할 털실옷을 짜 준다.
털실 옷은 잘 마르지 않으니까 다른 기러기들처럼 헤엄을 칠 수도 없고 또 다른 기러기들처럼 날 수도 없으니까 겨울에 따뜻한 지방으로 날아갈 수도 없다.
홀로 남은 보르카는 몰래 배에 오르고 그곳의 친절한 선장과 그의 친구, 그리고 개 파울러 덕분에 배에서 일을 하면서 잠자리와 먹을 것을 해결한다.
선장은 런던에 도착했을 때 다른 기러기들과 어울릴 수 있는 큐가든에 보르카를 두고 간다. 이제 큐가든에서 보르카는 친구들도 사귀고 행복하게 지낸다.
장애를 가졌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사람다운 삶을 살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고 사회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림책 속에서는 보르카에게 큐가든이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터전이 되어 준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진 못했다.
당장 도서관만 해도 휠체어를 타고서는 실내에 진입조차 힘들다. 도서관 입구에 장애인 주차장, 휠체어 경사길만 조성해놓는다고 장애인이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을 다시 짓는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도서관이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