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성옥 [나의 사직동] 개발로 사라진 어린 시절 동네의 추억

Livcha 2022. 7. 28. 14:45

[나의 사직동] 그림책 표지

며칠 전 한성옥의 그림책 [행복한 우리 가족]을 보고 난 다음, [나의 사직동]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사직동]은 한성옥이 이야기의 소재를 제공하고 그림을 그렸고 김서정이 이야기를 쓴 그림책이다. 

2003년 보림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한성옥은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작가는 그림책에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았다.

그때 사직동의 풍경,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나물 할머니, 파마 아줌마, 스마일 아저씨, 해장국 집 아줌마, 수퍼 아저씨, 재활용 아줌마 등.

어느날 그 아기자기한 동네가 재개발이 되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동네 사람들간의 갈등도 생기고 한 집 두 집 동네를 떠나갔다. 

작가의 집도 이사를 했다. 

모두가 떠난 후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었다. 

어린 시절의 사직동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았을 뿐이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모가 살았던 동네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예전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이모의 동네는 좁은 골목길 주위로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정감 넘치는 곳이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는 그 동네의 모습이 선명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더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게 된 동네가 된 것이 상실감을 주었다. 

작가가 어른이 되서 사직동에 세워진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같은 사직동은 분명 아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기억하고 있는 공간이 변화해 더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경험이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은 어른인 내게 깊이 와닿는다. 

 

이 그림책이 다루는 이야기 역시 [행복한 우리 가족]처럼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