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프랑클은 '로고테라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정신과의사다.
이 사람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가 1997년에 92세로 사망했는지는 그동안 알지 못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뽑다가 빅토르 프랑클의 회상록을 발견했다.
그가 90세때 마지막으로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그가 인생의 끝에 어떤 글을 묶어서 냈는지,
그리고 그가 늙음과 죽음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책은 그리 흥미롭지 않다.
그의 죽음물음은 죽음의 공포, 불안과 관련된다기보다 삶의 공허와 관련되었다.
삶의 공허가 삶의 의미를 박탈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그의 죽음물음이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다른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이 삶의 의미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늙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다. 늙을수록 성숙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가 합리적인 사람이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도 전후에 독일나치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처형하려 할 때
그는 나치들 가운데도 나름대로 유대인을 도왔던 자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그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용기를 보였다.
군중심리에 휘둘리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그것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흔한가.
빅토르 프랑클은 그 점에서 꼭 닮고 싶은 사람이다 싶었다.
그럼에도 그의 하이데거에 대한 관대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가 하이데거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거나 그가 나치에 동조하면서 벌인 악행을 잘 알지 못해서였다고 생각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