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심화, 확장

조르주 뒤비 [12세기의 여인들] 1권

Livcha 2021. 5. 17. 07:35

조르주 뒤비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역사가다.

 

너무 낯설어서인지 서양중세사에 관심이 많은데 12세기라는 중세 후반부의 이 시기, 무척 흥미로운 것 같다.

12세기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니...

뒤비는 역사가 놓친, 숨겨진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가 소개하는 여인들은 알리에노르 다키텐, 마리-마들렌, 엘로이즈, 이죄, 쥐에트, 소레다모르와 페니스다. 

12세기 남성들의 글 속에 남아 있는 그림자같은 여성들의 삶을 조르주 뒤비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뒤비가 풀어낸 12세기 여성들의 이야기, 재미나다. 

 

당대 대학자인 아벨라르와의 사랑 때문에 유명한 엘로이즈와

12세기 영국 통일에 기여한 트리스탕이라는 기사와의 사랑 때문에 유명한 이죄(이졸데)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뒤비의 해석이 무척 궁금했다.

읽고 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특별히 유명한 여성은 아니지만 뒤비가 발견한 쥐에트라는 이름의 여성은 참으로 흥미로왔다.

남편이 죽어 결혼생활을 5년만에 10대에 끝내고

18살부터 60대 죽음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의 유혹을 거부하면서

결국엔 자신을 스스로 집에 가두고 기독교인으로서 살아간다.

오늘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여인이 아닌가 싶다.

쥐에트야말로 12세기란 시대가 만들어낸 여인으로 보인다.  

 

뒤비는 12세기 여성들을 살펴보면서,

당시의 여성들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하고

여성의 인생이란 것도 남성에 의해 구획되어

순결을 지켜야 하는 처녀시절, 남편의 아들을 낳아야 하는 유부녀시절, 남편이 죽은 다음 정절을 지켜야 하는 과부시절로 나뉜다고.

 

그나마 약간의 이성을 가진 욕망하는 존재인 여성이

'사랑'의 가치와 더불어 남성들로부터 좀더 인정받기 시작하는데,

여성이 가진 '정열적 사랑'이 여성으로 하여금 좋은 아내가 되게 하고 신과의 영적인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여성의 사랑의 힘은 여성을 나약한 존재에 머물게 하지 않고 남성의 경멸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