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내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는 미야베 미유키,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이번에 내가 알게 된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는 바로 켄 폴릿.
미야베 미유키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지금껏 우리나라에 번역출간된 책 모두를 읽었기에 다른 흥미로운 소설이 필요했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켄 폴릿의 [대지의 기둥].
대성당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니까 더 구미가 당겼다.
[대지의 기둥]은 1989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10년에 번역출간했다.
그야말로 30년도 더 전에 나온 소설인데 지금껏 알지 못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대지의 기둥]은 문학동네에서 3권으로 출간했다.
영국의 12세기가 시대적 배경으로 킹스브리지 대성당이 건설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대지의 기둥]1권은 킹스브리지 대성당이 건설되기 전의 이야기로 어떻게 킹스브리지 대성당을 건설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온다.
[대지의 기둥]은 켄 폴릿의 역사소설 '킹스브리지 시리즈'에 속한다.
킹스브리지 시리즈에는 [대지의 기둥(1989)], [끝없는 세상(2007)], [A column of fire(2017)], [The evening and the morning(2020)] 가 있다. [대지의 기둥]과 [끝없는 세상]은 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되었는데, [A column of fire]와 [The evening and the morning]은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것 같다. [끝없는 세상]은 14세기, [A column of fire]는 16-17세기, [The evening and the morning]은 10-11세기가 시간적 배경이다.
켄 폴릿(Ken Follett, 1949-)은 웨일스 출신 작가로 철학을 전공했고 기자생활을 하다가 소설가로 전향했다.
소설 10권을 썼지만 반응이 미미했고, 11번째 소설인 [바늘구멍]을 1978년 애드거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베스트셀러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바늘구멍]은 스파이 스릴러소설인데, 이후 이어진 스파이 스릴러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1986년 역사소설 장르에 도전하게 되고 [대지의 기둥]을 집필하기 시작해서 3년 3개월만에 완성한다. 작가는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아무튼 작가는 "도대체 왜 성당을 지은 걸까?"라는 물음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지의 기둥]은 바로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일지 모르겠다.
작가는 [대지의 기둥]을 중세 대성당에 관한 모험소설이라고 요약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평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업을 하는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글을 썼고 초고 완성이 끝난 다음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글을 쓰는 집중력을 보였다. 정말 대단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려면 글에 매달리는 인내와 노력은 필수적인가 보다.
작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글을 쓰고, 그런 글을 쓰는 일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작가이니 만큼 그의 소설은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이 소설은 '교수형'이라는 쇼킹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런 시작만 봐도 이 소설은 무척 자극적인 소설이겠구나 짐작이 되었다. 배를 갈라 죽이는 살인, 불 고문 등 대중적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 에로틱하고 폭력적인 서술을 담고 있는,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가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충분히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소설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은 2010년 8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연속된 드라마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매 회가 끝날 때마다 궁금증을 유발시키다는 점에서.
등장 인물이 개성있다. 성당건축에 매료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뿌리치고 방랑하고 굶주리고 모험하며 결국 킹스브리지 대성당을 짓기에 이르는 석공 톰. 그리고 충격적인 교수형 장면에서부터 등장하는 신비로우면서도 매혹적이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반항적인 여인 앨렌, 부모가 잔혹하게 살해된 후 수도원에서 자라 종교적 신념과 실천에 열의를 다하는 필립 킹스브리지 수도원장, 종교인이지만 세속적인 권력욕이 넘치는 주교 웨일런 바이가드. 이들 주인공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 무엇보다 엘렌은 중세의 여성이라기보다 현대적인 인물로 생각된다. 과연 12세기에 존재할 수 있는 여성일지 의문스럽다.
그 밖에도 잔혹한 윌리엄, 도도한 앨리에너, 범죄적 기질이 있는 영리한 잭과 같은 인물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적어도 1권을 읽고 나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니까, 독자인 내게 이 소설은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중세 교회가 성차별적이었지만 성당 건설에 남자 못지 않게 여자들도 참여했다는 것,
수도원에 사는 수사에게 순결을 요구했지만 주교나 성당부속 신부와 같은 사제들에게는 순결을 요구하지 않았고 이들은 부인이나 가정부인 여자들 사이에서 자녀를 두는 일이 흔했다는 것,
교수형에 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둑이었다는 것, 힘들게 재산을 모은 사람에게 도둑질은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었다는 것,
영국처럼 흐린 날씨가 계속되서 쾌청한 날이 드문 곳에서는 날씨가 쾌청할 때 전율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
이제 2권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