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이 책은 원제가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이다.
이 책이 '생각의나무' 출판사에서 한글로 번역된 것은 2005년이지만 이 책이 영어로 나온 해는 1997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도 더 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때 읽고 싶었지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못했기에 그 책을 읽고 난 후로 책 읽기를 미뤘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얼마나 잘 흘러가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후회했다.
사실 프루스트의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을 읽는 데 아무런 무리는 없다. 게다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프로스트의 책을 읽는 데 크게 방해받을 일도 없다.
이 책은 저자 나름의 프루스트에게서 영향받은 바를 정리한 책으로 보면 된다.
한글의 제목은 엉뚱하지만 원제를 보자면 저자는 프루스트의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법
둘 자신을 위한 독서법
셋 여유 있게 사는 법
넷 훌륭하게 고통을 견디는 법
다섯 감정을 표현하는 법
여섯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일곱 일상에 눈을 뜨는 법
여덟 행복한 사랑을 하는 법
아홉 책을 치워버리는 법
목차를 보고 나는 여섯째 장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이 가장 궁금했다.
그밖의 것은 굳이 프루스트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런데 좋은 친구가 되는 법이란 굳이 면전에서 무조건적으로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이라면 글쎄...
성격상 좀 따라하기 힘들 것 같다.
어쨌거나 삶을 낭비하면서 시간을 흘러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독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뭐든 서둘러 놓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통으로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상투적으로 말하고 쓰는 사람이라면,
우정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상을 진부하고 따분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이라면,
서둘러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이라면,
책이나 저자를 숭배하는 사람이라면
프루스트의 책을 읽음으로써 나름의 답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도 역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사람이 프루스트의 책을 읽고 얻은 생각이니,
이 책은 지극히 알랭 드 보통적인 책이고,
프루스트의 책은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읽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