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타 다이하찌(1918-2016)의 그림책 [우산]은 검정펜으로 그린 듯한 흑백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녀가 들고 있는 우산만이 빨갛게 눈에 띤다.
단 한 가지 색만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나머지는 모두 흑백으로 처리하는 것은 오늘날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이 그림책이 1974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시에는 무척 인상적인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이 작가의 다른 그림책에서는 작가명을 '오타 다이하치'로 표기하고 있다. 한글 번역 그림책에서 작가 이름이 통일되지 못했다.
어린 소녀는 비오는 날 빨간 우산을 쓰고 검정 큰 우산을 들고 길을 걷는다.
그림 속 흑백 풍경 속에서 소녀의 빨간 우산이 눈에 띠어 소녀의 위치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소녀가 걸어가는 길이 제법 거리가 되는 것 같다. 소녀는 어디로 가는 걸까? 큰 검정 우산을 손에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산을 전해주러 가는 것 같다.
소녀가 우산을 건넨 사람은 남자 어른으로 소녀의 아버지로 보인다. 아마도 비가 갑자기 내렸을테고, 미처 우산을 준비해가지 못한, 퇴근하는 아버지에게 소녀가 우산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 돌아가는 길에 소녀는 아버지와 케잌을 사러 갔다. 제법 긴 길을 걸었기에 집에 돌아가서 먹는 케잌 맛이 무척 달콤할 것 같다.
단 한 마디도 말이나 글이 나오지 않지만 그림을 보다 보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말 없는 그림책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