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무레 요코[구깃구깃 육체백과] 몸에 관한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

Livcha 2024. 9. 6. 16:06

무레 요코 [구깃구깃 육체백과] 책 표지

무레 요코 읽기 12권째. 이번에는 작가가 몸에 대해서 쓴 글들을 담은 [구깃구깃 육체백과].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몸에 대한 경험과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솔직하고 유머 있게 썼다. 

읽는 내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무레 요코가 50대 후반에서 60대초반까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201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국일미디어에서 2016년에 번역출간했다. 

무레 요코가 1954년생이라서 그런 것이지, 아니면 일본의 사회문화가 그래서인지, 아무튼 남성과 여성의 구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은 어때, 남성은 어때, 하는 식의 생각이 이야기 전반에 흐르고 있어 읽는 동안 불편했다.  그 점만 제외하면 무레 요코의 글은 충분히 읽기에 재미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에 사로잡혀 있는 여성들이 다수일테니까, 무레 요코의 이런 식의 책인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남자의 가슴'에서 남성용 브래지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남성용 브래지어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비정상회담]이란 프로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2013년부터 남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검정색 브래지어를 팔다가 차츰 다양한 색상이 나왔고 급기야 레이스 브래지어도 등장했다고. 심리적 안정이나 여장선호 때문에 브래지어를 착용한다는데... 브래지어가 어떻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지는 잘 이해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여성들 가운데서는 브래지어가 여성 몸의 속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해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여성들도 있다. 어쨌거나 브래지어는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한 물건인데 남성들이 브래지어를 착용한다는 것은 성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사회적 성역할이 불편한 사람들도 존재하는 만큼 남성용 브래지어의 등장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용 브래지어를 판매하는 속옷브랜드는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사회적으로 더 보수적인가 보다. 

 

'틀니' 이야기도 정말 웃겼다. 어쨌거나 오늘날에는 80대 노인도 임플란트를 하고 틀니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다. 친구 어머니를 보니까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권해서 임플란트를 하느라 무척 고생을 하시는 중이다. 작은 어머니도 70대에 많은 이를 모두 임플란트로 교체했다. 글쎄... 노인들의 몸에 임플란트는 너무 무리 아닐까 싶지만... 만약 내가 오래 살게 되면 임플란트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물론 오래 사는 것 자체도 별로 자신이 없으니 임플란트 걱정은 지나친 것도 같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변화를 겪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처럼 지나치게 젊음을 강조하는 시대에서는 노화의 증상들을 당연하게 수용되지 못하고 마치 극복해야 할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겪는 변화들은 죽음을 향해 감을 알려주는 표지로 보인다. 누구나 죽으니 당연한 일이다. 

담담히 수용하는 여유를 가지면서 나이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