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의소묘에서 2023년에 펴낸 유현미의 도시텃밭그림일지‘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이 책을 선물받은 지 긴 시간이 흘러 마침내 책을 펼쳤다. 코로나 이후는 시간의 효율이 떨어진 것만 같다. 모든 것이 너무도 느리게 이루어지는 느낌.

작가 유현미는 익산출신이지만 18살이후 수도권에 자리잡았다. 도시에서도 흙을 가까이하고 살면서 여러 책을 내놓았다.

목차를 보면 3월부터 12월까지의 텃밭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코로나 시기에 텃밭을 가꾸었으니 숨통이 트였을 것같다.

작가는 책 속에 봄여름가을 텃밭작물지도를 그려두었다.

오래전 나도 동네 산자락 아래서 텃밭을 가꾼 적이 있었다. 그때 이렇게 작물지도도 그려보고 채소가 자라는 모습도 그려보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작가는 다채로운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텃밭고수로 여겨진다.
4월
무말랭이차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데 호기심이 생겼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차. 하지만 차를 만들 만큼 무가 넘치는 것이 아니니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5월

‘꼿꼿이 서 있던 양파 줄기가 스스로 눕기 시작하면 양파속이 거의 다 찼다는 뜻이다’
그렇구나. 흥미롭다. 할 일이 끝났으니 누워 쉬겠다는 듯.
7월
‘곤충과 거미의 집이 되지 못하는 텃밭은 불행할 거예요.‘
나는 이런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든다. 공생의 마음가짐.
곤충을 향한 마음이 남다르다. 작물을 키워 돈을 벌고자 하는 농부는 갖기 어려운 마음이 아닐까 싶다.
사마귀 허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고등학교 시절 학교 복도에서 마주치던 사마귀가 생각났다. 그 사마귀는 허물을 어디다 벗어두었을까?
‘고구마순 김치를 연례행사처럼 두어차례 담그는 것은 아무래도 예전 기억 때문이다. 전라북도 익산은 고구마산지다. (…) ‘
고구마순김치는 처음 들어보았는데 맛이 어떨까? 전북 익산이 고구마 산지인지도 몰랐다. 배움은 끝이 없고나.
8월
달걀판으로 모깃불을 피운다고? 정말 효과가 있을까?

9월
코로나 마스크를 3년째 쓰고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봐서 2022년 인가 보다.

‘텃밭은 가까워야 한다.’
멀리 차를 타고 가며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
손으로 벌레를 잡는 작가. 약을 치지 않는 농사에 대한 고민. 그런데 도시 텃밭도 농사라 좋은 벌레 나쁜 벌레의 구분이 생길 수 밖에 없나보다. 작물을 모두 곤충에게 바칠 수는 없는 마음, 이해가 되네.

10월
‘사마귀도 한해살이 곤충이고, 알집을 만든 뒤엔 기력이 다하여 곧 죽는다. 그걸 생각하고 눈 앞에 고요한 어미 사마귀를 보고 있으니 애틋한 마음이 된다. 사마귀한테도 이불을 덮어주고 싶다.‘
행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