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비의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를 읽고 이 작가에 대해 호감을 느꼈다. 소설가 김비는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에서 그의 책을 읽었지만 결국 내가 얻은 생각은 트랜스젠더도 시스 젠더와 마찬가지로 호감을 주는 사람도 있고 비호감인 사람이 있을 뿐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는 것. 내가 만난 두 명의 트랜스젠더는 그 누구보다 호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는 점만 잊지않으려 한다.

김비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작가로서의 삶도 잘 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읽은 김비와 박조건형 부부의 책 [길을 잃어 여행을 갑니다]는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에서 책출판 후 인터뷰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책을 냈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이 갔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먼저 한 사람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김영사에서 2019년에 출간되었으니 벌써 6년 전 책이다.
부부는 유럽10개국 15개도시를 42일 동안 장거리 운전을 하며 여행을 했다고 한다. 긴 시간의 여행이니 힘들었을 것같다. 여행중반이 채 못되어 남편의 우울증이 발병해 여행은 그 만큼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읽는 나도 힘들게 느껴졌던것 같다. 그만큼 진솔한 여행기였다는 뜻이리라.

읽기 시작하니 끝까지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림이 있어 더 흥미로왔다.
그들이 간 여행지는 내가 가 본 적 있는 곳이라 내게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가 보지 못한 곳에서의 이야기도 내 여행를 떠올리게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은 나도 가 본 적이 있다. 고흐의 그림을 실컷 보았고 그의 그림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인쇄로 감흥을 주지 못했던 그림들도 실제로 보았을 때 놀라운 감동을 준다는 사실. 특히 꽃나무그림들. 그런데 부부는 나와 다른 것을 느끼는 대목이 재미났다.
새롭게 알게 된 서실은 한국어 오디어가이드가 있다는 것!
배로나에서 짙은 안개때문에 괴로왔던 이야기 부분에서는 렌의 안개와 몽펠리에 안개가 생각났다. 둘다 내게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또 아버지와 여행하다 만난 대관령 안개도 내게는 행복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부부의 힘든 경험이 오히려 내게 좋은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여행이란 결국 작아지는 일이고 작아진 나를 깨우치며 다시 커자는 일이구나 싶었다.”(04. 네덜란드)라는 구절이 가장 와닿았다.

박조건형의 자신의 모습을 간략히 만화체로 그린 것, 귀엽다.

건형작가는 건물이나 풍경보다는 인물중심 일상을 그리는 데 여행기에 담을 건물, 풍경을 그리는 일이 즐겁지 않고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주로 건물이나 풍경을 그리는 편이라 인물을 그리는 것이 더 부담이 되는 데 반대다 싶었다.

건형작가의 사람 있는 풍경도 멋지기만 하다.

그림을 보다 보니 그림을 그리고 싶다.
체코 성비투스 성당에서 건형작가가 호기심을 보인 괴물 형상의 빗물받이는 나도 브르타뉴 성당에서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프랑스애서는 gargouille라고 부르는 데 악령을 쫓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관람차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 그림이 나왔을 때 반가웠다. 여행지에서 탄 관람차가 떠올랐다.

“여행한다는 것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 속에 갇히는 일이기도 하다.” 너무나 이해가 되는 말이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온 집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린 날, 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책을 대출하지 않고 나가려했던 것. 출구에서 경고음이 울리고…ㅠㅠ 그토록 도서관에 다녔지만 처음이다. 정신을 완전히 놓았나보다. 다행히 도둑으로 몰리진 않았다.
오늘 아침에 깨어나는 데 꿈에 김비와 건형부부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물어보았다. 그림만 싣지 않고 사진을 함께 나란히 실은 이유가 뭐냐고. 정말 궁금 했던 모양이다. 꿈에 나온 걸 보니. 왜 찍은 사진과 그 사진을 그린 그림을 나란히 실었을까?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그림으로 충분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