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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산책]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기

Livcha 2021. 8. 2. 10:01

Jean-Christophe Rufin, Immortelle Randonnee, 2013.

신성림역, 뮤진트리, 2015

 

나는 순전히 산책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빌려서 집에 와서 펼쳐드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기라는 것을 알고 좀 실망했다.

한 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순례길에 대한 사진을 보고는 바로 그만두기로 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걸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피곤할 듯 싶었다.

그런 길을 걸을 열망은 적어도 종교적 열망이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의 저자처럼 그냥 걷고 싶어서라면 더 멋진 길들이 프랑스에도 많이 있다.

 

아무튼 장 크리스토프 뤼팽(Jean-Christophe Rufin)은 참으로 화려한 이력의 사람.

의사일을 하다가 사회운동가가 되면서 국경없는 의사회 부회장까지 된다.

그러다가 소설을 쓰는데 프랑스에서 대단한 상인 공쿠르상까지 받는다.

마흔 다섯에 소설가로서도 성공한 셈. 

그런데 50대중반에 외교관이 되고, 외교관 은퇴 후에는 프랑스 아카데미 최연소 회원이 되는 기록을 세운다.

그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 걸치고 성공하는 사례는 흔치 않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것은 50대 후반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된 얼마 후의 일이다.

그가 쓴 산티아고 순례이야기는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롭다. 

솔직하게 산티아고 순례의 실상을 보여주기 때문.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 걷기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부터 일독을 권한다.

그러고도 한번 가보고 싶다면 시도해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산티아고 길을 걷지 않을 이유가 더 늘어났다.

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의 위협과 고속도로, 교차로 등의 도로에서 달리는 차곁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

 

하지만 신앙심의 깊이를 얻으려는 사람이라면 이 길을 될수록이면 길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