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페이스북 책광고를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제목이 '깃털'이라니요! 놀라운 제목 아닌가!
누군가 깃털에 대해서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썼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싶다.
소어 핸슨(Thor Hanson)은 미국의 보존 생물학자로 이미 자연분야의 최고의 책을 쓴 이력이 있는 대단한 작가였다.
[울창한 숲]이라는 제목의 산고릴라를 연구해 썼다는 바로 그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튼 이 책은 정말 재미나다.
누구는 이 책이 깃털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낮은 평가를 하기도 했지만
난 깃털에 대한 온갖 이야기를 펼치는 저자의 관심사 확대 때문에 이 책이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을 모두 열거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시조새의 화석 발견으로 파충류에서 새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얻게 된 이야기,
결국 수각류 공룡에서 새의 깃털이 생겨나는 진화가 오늘날 학계의 정설이 되기까지의 과정,
프롬의 깃털 진화과정 설명, 페두차와의 논쟁에서의 프롬의 승리를 도운 쉬싱의 깃털 공룡 연구...
문외한이 읽기에 정말 흥미진진했다.
깃털이 케라틴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깃털을 사료나 비료에 사용한다는 것,
새가 털갈이를 해서 새깃털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비행깃, 겉깃털, 반깃털, 솜깃털, 반강모깃털, 강모깃털로 깃털이 다양한 종류로 나눠진다는 것,
우리의 오리털, 거위털 옷에 사용되는 솜깃털이 얼마나 보온성이 뛰어난지,
깃털로 덮힌 새가 어떻게 체온조절을 하는지,
새 마다 깃털이 온몸에 빈틈 없이 자라기도 하지만 드문드문 자라기도 한다는 사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그리고 조류학계의 또 다른 논쟁거리인 새가 땅에서 비상했는지, 나무에서 뛰어내렸는지 하는 비행의 진화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재미났다.
박쥐와 같은 막을 가지고 비행하는 동물은 나무에서 뛰어내렸을 것이고
새처럼 깃털을 가지고 비행하는 동물은 땅에서 비상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결국 WAIR(wing assisted incline running)에 설명의 실마리가 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양 측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비행 날개짓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절반밖에 되지 않는 날개의 공기 역학적 기능)을 설명해주는 것.
새들이 빠른 속도에서 제동을 걸거나 방향을 틀 때 엄청난 중력이 가해지는데,
인간은 9G의 중력에도 의식을 잃지만 송골매는 27G의 중력도 견뎌낸다는 놀라운 사실,
바로 그 비밀은 날개에 있다는 것.
또 새의 날개를 모방해서 비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된 사람들,
아름다운 깃털을 이용한 성선택,
인간의 아름다운 깃털에 대한 욕망에 희생된 야생새들,
20세기 초 여성들의 깃털모자에 대한 열망과 타조산업의 번성, 그리고 야생조류 보호 운동,
아즈텍, 잉카, 마야의 깃털 공예와 지금까지 남은 잉카의 킷털공예품,
깃털의 방수효과와 관련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깃털을 이용한 낚시,
7세기부터 19세기 강철펜의 대량생산때까지 사용된 깃털펜(펜이라는 용어도 깃털에서 유래되었다고),
대머리수리처럼 머리에 깃털이 나지 않는 새,
비행기사고의 원인을 밝힘에 있어 등장하는 새의 깃털...
모두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넘치는 이 책은
며칠 동안 내 시간을 바칠 가치가 있을 만큼 독서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