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의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2020}은 브런치북 금상수상작이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불만족스러운 일상에서 출발해서 만족스러운 일상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글을 통해서 불만스러운 일상에서 만족스러운 일상에 어떻게 도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멋진 사진과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가 어우러져 읽는 내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저자가 한 여행이 저자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주었지를 쉽게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고민하고 그 고민을 여행의 경험을 통해 나름대로 멋지게 해결해나가는 저자의 실천력이 돋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쩌면 살면서 가장 많이 걷게 되는 길일지 모른다. 이 길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한 번 주어진다. 인생엔 복잡하고 어려운 선택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에 비하면 이건 정말 너무 쉬운 선택이다. 그런데 나는 왜 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고 있었을까? 살아갈수록 일상 속에서 이런 소소한 선택을 만들어나가는 게 대학의 전공이나 회사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내게 어울리는 속도를 찾아서'중에서"
나는 저자의 이런 섬세한 생각이 마음에 든다.
일상의 사소한 점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사소한 점들을 섬세하게 다듬어 자신의 일상을 만족스럽게 가꿔내는 저자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에서 내가 살던 빠이의 냄새가 났다. 이제 막 샤워를 마친 풀내음 그친 비를 반기듯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가득한 길 위에서 잠깐 멈춰서 깊게 심호홉을 하니 빵의 습도가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어디에서나 소환시킬 수 있는 마술. 떠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다. 여행을 할수록 늘어가는 기술 중 하나."('내게 어울리는 속도를 찾아서'중에서"
떠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는 기술, 여행의 경험을 일상 속에 소환하는 기술, 이 기술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드는 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리라. 저자가 그 이야기를 풀어놓는 대목에서 난 이 책이 정말 좋아졌다.
"그 무렵 눈에 띈 책 한 권이 있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집안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삶의 방식, 나아가 인생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그것 정리를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살면서 이처럼 실용적인 책을 본 적이 없다. 나는 한 손으로는 책을 들고 읽으면서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론 물건들을 내다버리기 시작했다."('일상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중에서)
긴 시간의 여행을 통해서 짐을 늘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는 저자. 실상 긴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우리에게는 그리 많은 짐이 필요치 않고 적은 짐으로도 만족하면서 여행을 즐기게 된다. 바로 그 경험을 일상에 가져오는 저자. 나는 한 번도 일상의 정리, 버리기를 여행의 짐가방과 연결시켜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는 나랑은 달랐다.
"결과를 질투하지 말 것. 결과가 있기까지 그가 통과해 왔을 그 과정을 그 성실함을 마음껏 부러워할 용기를 가질 것."('부러운 사람' 중에서)
대개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 때 그 삶이 있기까지의 과정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저자가 지적한 이 대목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꼭 깨닫아야 할 대목이다.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홍지라는 작가가 일상을 꾸려운 성실함과 진정성, 그리고 창의성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 저자란 사람도 참 멋진 사람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