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루(박서영)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코로나19에 지쳐 꺼져가는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 짚혀준다.
책 표지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라고 쓰여 있어 그림책과 관련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나?하는 선입견으로 한동안 책꽂이에 책을 꽂아두고 펼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개인적으로 그림책 읽기를 좋아하고 즐기고 집에도 아끼는 그림책은 서가에 꽂아두고 좋아하지만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어떤 책에 대한 서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림책이든 어떤 책이든 내 마음대로 선입견 없이 읽고 싶고 누가 어떻게 읽는 따위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래서 책에 누군가 서평을 써둔 부분은 대개 건너뛴다. 특히 책의 도입부에 서평이 들어 있는 책 편집을 싫어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은 따분한 서평이라 할 수 없는 책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 욕망을 일상 속에 흘려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적 삶을 꾸려간 여정, 그리고 그 삶을 이끈 생각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다. 결혼을 원치 않아 비혼으로 살면서도 사람들로 향해 자신의 공간을 열어둔다. 고양이를 돌보게 되면서 인간의 세계에서 고양이의 세계로 문을 열어간다. 동물 학대에 예민하게 깨어있다. 그래서 채식하는 삶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또 집안에서 각종 식물을 돌보며 식물의 세계로도 문을 열었다. 도전과 모험을 꿈꾸면서도 여행은 하지 않지 않는 마음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물리적 세계로의 확장은 아니지만 상상이란 내면적 세계의 확장을 계속한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 답게 좌충우돌 여러가지를 시도해본다. 떠돌고 사진도 찍고 사람들 인터뷰도 하고 차도 우리고 요리도 하는 등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라 욕망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장래희망이라면 조카들에게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 것.
우리가 이 작가의 삶과 생각에 공감하든 공감하지 못하든 작가는 소위 다수가 원하는 삶에서 비켜나서 지극히 개인적인 자기스타일대로의 삶을 꾸준히 구축해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삶은 생생하고 아름답고 흥미롭다. 작가의 삶과 생각에 매료되서 책을 읽다보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인상적인 대목들이 책 곳곳에서 반짝인다. 남들이 '삽질'한다고 시간낭비한다고 하는 일이라도 내 욕망이 이끌고 가면 계속하는 것, 가장 먼곳이 타인의 마음이라는 이야기, 약속보다는 우연에 기댄다는 것, 이해받기 보다는 오해받는 사람이 좋다는 생각, 나무 위에 집짓는 어린시절 상상에 마음이 움직이는 어른으로 머물고 있음 등. '삽질, '타인', '우연', '오해', '상상', 삽질하는 나는 타인에게 오해받기 쉽지만 나는 '상상'과 '우연'의 힘에 기대 씩씩하게 살아간다? 나는 작가가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노트>
"세상 끝은 어딜까. 지도상의 가장 먼 곳은 아닐 것이다. 세상 끝에는 타인들이 있다. 타인의 마음에 닿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세상 가장 먼 곳까지 가보는 일이다."('실은 한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지만' 중에서)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나누며 다정한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진다. 다시 만나자는 약속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둘은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다."('우선은 혼자서 씩씩하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