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도서관에서 백신패스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백신패스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스마트폰이 없는 내게는 출입이 불편해서 집에 있는 책들을 읽으면 지내도록 했다. 아직도 책장에는 읽지 못한 책들이 산더미로 꽂혀 있고 더 열심히 읽지 않으면 죽기 전까지 이 책들을 모두 읽지 못하겠다는 불안이 매순간 덮쳐오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Alain Rastoin과 Nicolas Vanier의 북아메리카의 얼어붙은 북쪽지방을 횡단하는 모험을 담은 사진집이다. 이 책은 1989년 Nathan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현재는 절판상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20년 전. '2001년 9월2일에 프랑스 릴의 대규모 벼룩시장 축제때 구입했던 것'으로 책 말미의 기록을 보지 못했다면 기억도 해내질 못했을 정도로 오래 전이다. 약간 누런 빛으로 변색되긴 했지만 사진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한겨울에 즐기기 좋은 책이다 싶다. 아무튼 난 이 책을 사두고 이렇게 처음부터 천천히 음미하면서 전체를 다 독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지금껏 이 책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을 제대로 본 것이 다행이다 싶다. 옷도 사두고 수 년을 묶혔다고 입기도 하지만 책 역시도 그 때가 있는가 보다. 모든 물건이 때가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미니멀리스트가 1,2년 동안 입지 않은 옷 등을 처분하라는 조언을 꼭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이렇게 20년이 넘어서 펼치는 책도 있기 때문이다.
알랭과 니꼴라는 1983년 캐나다 북부지역인 퀘백-래브라도(Québec-Labrador)를 카누를 타고 처음 함께 횡단했다.
쉐퍼빌(Sheffferville)에서 Kangiqsuqlujjuuaq(이 작은 마을 이름은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겠다...)까지 횡단.
아마 내 평생 가볼 일이 없는 곳이다.
이미 이 횡단에 앞서 알랭은 캐나다 퀘백지역을 대횡단하고 책을 내놓은 작가였다.
구글로 알랭에 대해 검색해 보았지만 찾기가 어렵다.
니꼴라 바니에(1962-)는 위키피디아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프랑스 모험가이자 작가이고 영화감독이라고 나와 있다.
니꼴라는 이미 청소년기에 북부지방에 매혹되어서 1982년 그의 나이 스무살 때 라플란드 지방(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에 걸치는 지역)을 걸어서 횡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해는 북유럽을 떠나 아메리카의 북쪽 지방 캐나다 퀘벡-래브라도를 알랭과 함께 인디언 '이누'(캐니다 동부와 래브라도의 원주민 인디언)의 도움을 받아 카누로 횡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알랭과 니꼴라는 두 명의 경험많은 캐나다인들과 함께 한겨울에 개썰매로 캐나다 북부지역을 옛날 방식으로 횡단하기로 하고 한다. 민속박물관에나 보관되어 있을 법한 순록가죽으로 만든 노, 가죽 모카신, 구식 썰매, 나무팬, 탐험가의 천 텐트 등. 이들은 사냥을 해서 먹었다. 세찬 바람을 동반한 영하 50도의 끔찍한 추위를 견뎌내야 했다.
프랑스로 돌아온 후 이들은 다시 새로운 원정계획을 세운다.
미국 서부의 와이오밍주 사막에서부터 알래스카와 베링 해협의 빙하까의 원정.
미국쪽 로키산맥에서는 말을 타고, 캐나다 로키산맥에서는 개썰매를 이용하고, 알래스카 강에서는 뗏목을 타기로 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원정을 삼종경기(Triathlon)라고 부른다.
이번에 19세기 방식으로 원정을 하기로 결심한다. 황금을 찾아 몰려든 사람들, 덫을 놓는 모피 사냥꾼들의 시대의 이들이 했던 그 방식으로 원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이 1986년 6월1일.
원정의 첫번째 구간은 와이오밍 주의 붉은 사막에서 12마리의 말과 함께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 쓰러지기 일쑤고 결국 말 5마리를 포기해야 했다. 결국 이들은 수 주 동안 걸어야 했다고. 9월초가 되자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라 서둘러야 했다. 9월 10일, 마침내 캐나다에 도착했고 겨울이 됐다. 말도 사람도 모두 힘든 여정이었고 배 높이에 이른 눈을 헤치고 나가야 했다.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이 부는 시간, 이제 개썰매를 이용해야 할 때가 왔다. 24마리의 개, 썰매 둘, 두 명의 동반자들. 사람들은 이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길을 내면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간은 지체되었고 개들을 먹이기 위해 사냥을 해야 했다. 사냥을 살기 위함이었다.
봄이 와서 강의 얼음이 녹을 때는 더는 원정을 계속하기 어려웠다. 니꼴라는 마지막에는 혼자 배낭을 지고 걸어 목표지점까지 이동했다.
마지막 단계로 캐나다 국경에서부터 베링해협까지 알래스카를 관통하는 원정이 남았다.
두 가지 방법, 즉 하나는 19세기 금광채굴자들이 만들었던 뗏목을 이용하는 것, 또 하나는 인디언 '이누'가 만들었던 나무배를 이용하는 것.
이들은 뗏못을 타고 가면서 야생오리도 사냥하고 강에서 연어도 잡아 먹었다. 이들은 7월 15일 뗏복을 떠나 인디언의 나무배로 갈아탔다. 물살이 너무 빨라서 온 힘으로 노를 저어야 했다. 맞바람을 맞으며 노를 젓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적고 있다. 이들은 마침내 베링해협에 도착했고 이들의 원정은 1년 반 동안의 이들 원정은 끝이 난다.
책 표지에 5년의 원정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83년의 원정부터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동부 원정, 그리고 다시 새로운 원정기획, 준비, 미국 서부에서부터 캐나다 서부를 거쳐 알래스카에 이르는 두 번째 원정까지.
그야말로 사서 하는 고생이랄 수 있다.
알랭은 자연을 관찰하고 천천히 자연 속을 걸어가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 국경으로 나뉘어진 유럽땅의 제한을 벗어나 북아메리카의 북부지방의 야생의 공간에 적응하고 옛 사람들처럼 살아보고자 했다고.
니꼴라는 도서관 책 속에서 읽었던 야생의 겅험을 해보고자 했던 젊은이. 잭 런던의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몸소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Solitude Nord], '북쪽 지방에서의 고독'이라고 번역해야 하나? 아무튼 이 책 속에 담긴 사진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 어렵게 담아낸 것이다. 사진을 통해 이들이 한 극렬한 체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따라갈 볼 수 있다. 생생하고 멋진 사진들이 잠깐동안이지만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나를 낯선 땅으로 안내했다. 앞으로도 가 볼 일이 없는 곳이겠지만 이렇게나마 간접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내게는 한겨울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