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잭 케루악 [길위에서] 잭 케루악의 미국횡단여행 경험을 다룬 논픽션소설

Livcha 2022. 7. 17. 13:06

비트 세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벌써 오래 전 프랑스에 머물 때였지만 비트 세대의 작품들을 직접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크로키다스 감독의 영화 [킬 유어 달링(2013)] 을 보고 나니까, 비트 세대의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잭 케루악의 논픽션 소설 [On the road(1957)]. 우리나라에서는 민음사에서 '길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으로 번역출간되었다. 1권에는 1,2부가, 2권에는 3,4,5부와 더불어 해제들이 실려 있다. 대개 해제는 잘 읽지 않는데, 비트 제너레이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도 하고, 따라서 잭 케루악의 문학세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해서 해제도 읽어보았다. 해제를 읽는 것이 이 책 뿐만 아니라 잭케루악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잭 케루악은 아버지가 죽고 이혼을 했던 24세때 스무살인 닐 캐시디를 만나 그와 함께 10년간 미국, 멕시코 횡단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그중 49년부터 51년까지 다섯 차례 미국과 멕시코를 횡단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키의 광기어린 여행을 소설로 완성했다. 샐 파라다이스는 사색적인 잭 케루악 자신이 모델이고 딘 모리아키는 열정적인 반항아 닐 캐시디가 모델이다. 샐에게 딘은 동생같은 존재로 표현된다. 내게 딘이란 인물은 걱정 근심 없이 마음가는 대로 살아가는 인물로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훔치고 술과 마약, 여자에 탐닉하며 재즈음악을 즐기는 모습에서 조증환자로 보였다. 

 

[길 위에서]1권에서 1부는 미국 북부를, 2부는 미국 남부를  횡단여행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길 위에서]2권에서 3부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 횡단여행을, 4부는 뉴욕에서 덴버를 거쳐 멕시코로 떠나는 종횡단여행을 담았고, 5부는 멕시코에서 뉴욕으로 되돌아오는 여행을 간략히 표현했다.

 

길을 삶으로 여기는 작가는 길을 나서  이동하며 광기어린 삶을 살다 다시 그 길로 되돌아오는 여정을 반복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에게 삶은 덧없고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길을 나서고 돌아오는 불연속적 순간들은 삶의 이정표인 잃어버린 아버지, 즉 신을 찾고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쁨의 순간으로 느낀다.  

 

그런데 남자가 집을 떠난 후 여자와 아이는 집에 머물며 삶의 고통을 감내하고 남자와 함께 길을 떠난 여자는 남자보다 더 큰 고통과 손실이란 댓가를 치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소설의 여성들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광기어린 모험을 위해 용기를 낸 에너지와 사회적 여건이 허용되는 지극히 젊은 남성을 위한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것은 동성애에 관한 대목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앨런 긴즈버그는 동성애자이고 이 책에서 카를로 막스로 등장한다. 해제를 읽어보니 초고의 동성애적 내용, 특히 닐과 앨런의 성적 관계를 삭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51년 29세대 완성한 두루마기 원본판본의 내용은 어둡고 신랄하고 구속되지 않은 텍스트인 반면, 4년 후 출판 당시의 텍스트는 출판사 측에서 '길 위에서' 원고의 외설적인 부분을 제거하길 원했던 만큼 잭 케루악이 출판 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무튼 이 책은 독자인 내게 길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고 길을 이동하며 느껴진 감정,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다시 부추긴다. 무더위와 습기로 나른한 여름날, 몸과 마음에 생기를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