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련 작가의 [밥하는 시간]은 페미니스트 저널인 [일다]에서 '여자가 쓰는 집과 밥 이야기'라는 칼럼으로
2016년1월부터 2017년10월까지 연재되었던 것을 묶은 책이다.
연재될 당시도 꽤나 열심히 읽었던 글들이었는데, 책으로 출판되기를 무척 기다렸었다.
그런데 올해 비로소 이 책이 출간되었다. 얼마나 반갑고 좋았던지!
책을 받아들었을 때, 녹색과 붉은 색이 강렬하게 와 닿은 책 표지에 좀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책 속의 저자의 강렬한 경험에 대한 고백을 떠올린다면 이 표지가 꼭 적절하지 않다고 볼 것까지 아니다 싶다.
그냥 순전히 내 개인적인 불만이라고나 할까.
책은 '밥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괜찮은 제목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 속에서 '4장 밥하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책 편집자와 마음이 통하나 보다.
그리고 저자의 글솜씨가 워낙 대단해서 책을 들면 놓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크다.
나는 책을 다음과 같이 두리뭉실 요약해본다.
경주에서 50대 삶을 살아가며 저자가 밥과 집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나가는 이야기라고.
아무튼 읽다 보면 구절구절이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다.
물론 저자의 모든 생각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감동적인 글도 많다.
저자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책, 저자의 긴 시간의 사색을 담은 책이라서 그 내용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관통하리라 생각된다.
눈물지을 만큼.
무엇보다 나는 '고요'에 대한 저자의 표현에 마음이 꽂혀 책장 넘기기를 머뭇거렸다.
놀이하듯 밭일 하는 할머니, 문종이를 만드는 할아버지의 '단단한 고요',
아이들이 치고 노는 팽이의 '맹렬한 고요',
여름날 벼 가득한 논의 '빽빽한 고요',
고물상에 모인 물건들의 '늙음의 고요'.
저자가 얼마나 고요에 대한 사색을 깊이했을까 미루어짐작하게 하는 표현들이었다.
몇 번을 읽어보며 저자가 표현한 고요들을 되새겨보았다.
고요를 이렇게 다채롭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고.
무더운 여름날, 무더위를 잊고 책에 빠져들게 해 준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공간에 있을 때 자기답다고 느낀다.
평생 밥을 해도 부엌을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공간이 어디인가?
'내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가 믿어지는' 공간은 어딜까?
그런 공간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그의 말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밥하는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