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이야기]의 표지는 강렬하다. 중간에 노란 별이 파져서 입체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노란 별이 다윗의 별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용을 염두에 둔다면 삼각형을 둘로 겹친 별, 다윗의 별이여야 하지 않을까?
이 그림책은 루스 반더(Ruth Vander Zee, 1944-)가 쓰고 로베르토 이노센티(가 그린 그림책이다.
로베르토 이노센티는 [백장미]의 그림을 그렸던 작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Roberto Innocenti를 로베르토 이노센티, 로베르토 인노첸티라고 표기하면서 이 작가의 이름 발음을 통일시키지 않아 혼란이 있어 보인다.
Roberto Innocenti(1940-)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로마에서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피렌체에서는 영화나 연극 포스터를 그리거나 책이나 신문 디자이너로, 1970년 부터는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해왔다고 한다. 광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 이력도 있다. 2004년 안데르센 상 후보에 올랐고 2008년에는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안데르센상은 국제 아동청소년 도서 협의회에서 아동문학에 평생에 걸쳐 기여해 온, 생존해 있는 글작가 1명과 그림작가 1명을 2년마다 선정해서 상을 수여하는데, 아동문학상으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본다. 우리나라 그림작가로는 올해 2002년 이수지가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Roberto innocenti의 그림은 깔끔하면서도 세밀한 묘사가 특징적이다. 아름다운 그림이다.
루스 반더는 작가이자 교육자다. [에리카 이야기]로 마이애미 해럴드에서 뽑는 올해 최고의 책 리스트에 올랐고 독일에서도 최고의 책 후보로 올랐다. 2003년에 출간된 [에리카 이야기]는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다.
유대인 여성 에리카는 언제 태어났는지, 친부모가 준 이름이 무엇인지, 부모가 누군지, 형제, 자매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에리카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로부터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다.
에리카의 부모는 갓난 아이인 에리카를 살리기 위해 기차 밖으로 에리카를 담요에 꽁꽁 싸매고는 내던졌다.
그리고 어떤 부인이 불쌍한 에리카를 먹이고 키우고 돌봐주었다. 잘 성장한 에리카는 자신의 가정,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
이제 에리카는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되었다.
에리카의 이야기는 유대민족의 비극적인 역사를 단순히 알려준다기 보다 유대민족이 잔인한 학살에도 살아남아 다시 생명을 이어나간 해피엔딩의 이야기다. 에리카란 존재는 소멸될 뻔 했던 유대민족의 희망의 존재이고, 적지 않은 에리카들이 그 희망을 실현했다.
에리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의 희생양이 된 부모, 형제, 친척의 비극적인 이야기, 목숨을 잃은 600백만 유대인들이 겪은 비극적 사건을 더듬어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단순한 역사서술이 아니라 문학적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