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패트리샤 폴라코 [할머니의 조각보] 모계를 잇는 조각보

Livcha 2022. 8. 3. 12:22

[할머니의 조각보] 그림책 표지

패트리샤 폴라코가 쓰고 그린 [할머니의 조각보]는 2003년 미래 M&B에서 번역출간했다. 

원제는 'The keeping Quilt'로 1988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패트리샤 폴라코가 그림책을 출간한 첫 해에 출간된 책으로, 같은 해  '시드니 테일러북 상'을 그녀에게 안겨줬다. 

시드니 테일러북 상은 유대인 도서관 협회에서 매년 유대인의 경험을 담은 탁월한 책을 뽑아서 주는 유대아동 문학상이다. 

 

패트리샤 폴라코(Patricia Polacco, 1944-)는 미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부모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왔고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쪽은 우크라니아 유대인, 아버지쪽은 아일랜드인이라고 한다. 세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외할머니 농장으로 가서 산다. 외할머니는 5살때 돌아가셨지만 패트리샤 폴라코의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한다. 

어린 시절 난독증으로 고생을 했고, 그림책 작가가 된 것은 40세가 넘어서였다고.

 

패트리샤 폴라코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중 한 사람이다. 

조각보만 컬러로, 나머지는 단색으로 그려서 조각보를 부각시킨 그림이 마음에 든다. 

단색으로 표현되었지만 사람들의 모습이 생동감 넘친다.

[할머니의 조각보는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유대인의 모계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남았다. 

고조 할머니가 증조할머니가 사용하던 바부슈카와 옷을 넣어서 이웃 아주머니들과 함께 조각보를 만든다.

이 조각보는 증조할머니,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의 결혼식 천막으로 사용되었고,

일상 생활 속에서 식탁보, 아기이불, 무릎탐요로 사용되었다. 

증조할머니는 돌아가실 때 이 조각보를 이불로 덮었다. 

4대에 걸쳐 모계로 이어지는 가족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물건이 된 조각보. 

아버지의 어머니가 어렸을 때 나를 키워주셨기 때문에 어머니의 어머니보다 더 가까운 사이여서 고등학교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외할머니와 나눈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 속에서처럼 모계로 이어지는 조각보와 같은 물건이 있을리 없다. 

그나마 어머니가 쓰시던 장을 챙겨서 계속해서 사용하는 정도인데, 그 장도 나의 죽음과 함께 그 수명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소중했던 것을 후손이 계속해서 소중히 생각하고 써주는 일은 1대를 넘기 어려운 것 같다. 

아무튼 모계든 부계든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무언가 있다는 것은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할지 모르겠다. 

 

4대를 이어온 조각보가 5대째 이어서 쓰여질까? 불현듯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