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림책 작가 파니 뒤카세(Fanny Ducassé)가 그리고 쓴 그림책 [곰들의 정원(Le jardin des ours, 2016)]은 그림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눈길을 끈다.
어린 시절 두 할아버지와 보낸 시간들,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하고 낮잠을 자고 정원에서 놀았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두 할아버지는 아버지쪽 할아버지와 어머니쪽 할아버지일 것 같다.
이 우리말 번역 그림책에서는 할아버지의 이름처럼 표현했지만.
불어로 papi, pépé는 모두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는 말로, 대개 아버지쪽 할아버지와 어머니쪽 할아버지를 구분해서 papi, pépé라고 부른다.
그림 속에서도 할아버지 각각의 부엌과 정원이 구분되어 그려져 있다.
어린 시절, 파피 할아버지 댁에도 갔고, 페페 할아버지 댁에도 갔을 것이다.
각각의 할아버지와 나누었던 경험도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림책 속 그림과 이야기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나온다.
붉은 곰 할아버지가 파피 할아버지, 회색 곰 할아버지가 페페 할아버지인 듯 한데... 원래 그림책에도 혼돈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번역할 때 실수한 것인지?
어쨌거나, 불현듯 내 할아버지가 유치원을 바래다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쪽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쪽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내내 함께 살았다.
말씀이 거의 없던 할아버지는 나와 잘 놀아주지는 않았어도 유치원을 갈 때만은 동행해줘서 그 기억만 생생한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림책 속 할아버지들처럼 어린 시절 다정하게 시간을 보내 준 어른들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나마 학대받지 않고 자란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