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박조건형이 그리고 아내 김비가 쓴 이 책은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지만 사실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평범한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하는 표지 글귀를 무심히 지나치기 어렵다.
남편 박조건형은 긴 시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아내 김비는 트랜스젠더로서 겪어온 삶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일상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하는 일, 그림 그리는 일과 글 쓰는 일을 서로에게 격려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까닭은 트랜스젠더 소설가 김비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트랜스젠더를 직접 만나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한 경험도 있지만- 물론 지금껏 친구로 지내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껏 트랜스젠더에 대한 다큐영화, 픽션영화도 보고 그들에 대한 글도 보고 했다.
이들에게 남자란 무엇이고 여자란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그토록, 신체적 위험부담을 안고서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과 다른 성, 남자나 여자가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트랜스젠더의 일상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주어진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다른 그 누구보다 치열해보인다. 그만큼 평범한 일상을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김비의 글을 통해서 듣는 가족, 사랑, 부부의 일상, 노동, 병에 대한 이야기는 김비와 박조건형이란 사람의 개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들의 삶을 트랜스젠더, 우울증환자와 같은 범주로 가둬버릴 수 없는 그들 각자만의 독특한 삶, 생각이 있다.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이들이 자신을 지키고 가늘고 길게 함께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미뤄둔 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