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표지가 인상적인 그림책 [나랑 같이 놀자(Play with me)]는 마리 홀 에츠가 그리고 썼다.
마리 홀 에츠(Marie Hall Ets, 1995-1985)는 미국 그림책 작가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 후 2주만에 남편이 1차세계대전에서 전사하고 30대 중반에 한 두 번째 결혼으로 만난 남편이 결혼 13년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경험이 작가로 하여금 그림책 세계에 더 빠져들게 한 모양이다. 첫 번째 남편을 잃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다 그림책이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두 번째 남편이 죽었을 때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위로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은 1955년에 출간되었는데, 작가의 나이 예순살 때다. 그래서인지 비록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이야기에서 성숙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작가 스스로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숲으로 나간 소녀는 주변 동물들을 친구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만나는 메뚜기, 개구리, 거북이, 다람쥐, 어치, 토끼, 뱀를 향해 손을 뻗어 잡아보려 한다. 하지만 소녀의 움직임에 동물들은 모두 경계하고 달아난다. 아이들은 관심이 가는 것을 향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기 마련인데, 이 소녀의 행동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동물들을 두렵게 만들 뿐이다.
결국 포기하고 가만히 숲에 머물러 있으니까, 떠나갔던 동물들이 하나 둘 다가온다. 그리고 소녀의 친구가 되어 준다. 이 이야기는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림책 이야기와 달리 실제로는 아무리 가만히 있다고 해서 동물들이 이처럼 다가와서 안기거나 하진 않는다. 아무튼 주변의 다른 생명체와 함께 하려면 그들의 사는 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곁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함께 하는 법.
작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노란색 바탕에 검은 연필로 그림을 그려 표현했다. 원래 색깔을 절제한다고 한다. 이 그림책 속에서도 색깔은 소녀의 피부와 노란 머리, 그리고 소녀가 만난 동물들 뿐이다. 그림은 단순하고 스케치하듯 그렸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방식이 개성있다. 그리고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