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바다로 간 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죽어감

Livcha 2022. 9. 4. 16:55

[바다로 간 화가] 그림책 표지

모니카 페트가 쓰고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그림 [바다로 간 화가]. 

안토니 보라틴스키(Antony Boratynski, 1930-2015)의 그림에서 샤갈의 그림이 떠올랐다. 그림 자체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도 동화적인 느낌이 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폴란드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오스트리아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으로 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의 그림을 [행복한 청소부]라는 그림책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모니카 페트(Monika Feth, 1951-)는 독일 하겐 출신의 아동문학가, 작가이자 기자다. [행복한 청소부] 역시 모니카페트가 글을 쓰고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그림을 그렸다. 두 사람의 협업이 좋았나 보다.  

[바다로 간 화가]는 1996년 'Der Maler, die Stadt und das Meer(화가, 도시 그리고 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을 풀빛에서 2002년 번역출간했다. 그런데 풀빛에서 작가의 영문어를 잘못 표기했다. Feth를 Fath로 표기한 것이다. 작가 이름이 잘못되다니, 좀 어처구니 없다. 수정이 필요하겠다.  

푸른 빛이 아름다운 환상적인 그림도 멋지지만 이야기도 무척 좋다. 

평생 그림을 그린 화가가 생의 마지막 즈음 바다를 동경하고 바닷가 마을에 가서 그림을 그리다가 도시로 돌아와서 그 바다를 추억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그가 마지막으로 추억한 바다가 담긴 그림 속 집의 문이 열리고 그림 속 집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현실의 도시로 돌아왔다를 반복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그가 더는 도시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 그 화가는 분명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구 역시 화가가 죽고 난 다음, 미술관에 그린의 그의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그림 속 집을 방문하곤 한다. 

화가 친구도 만나고. 이 친구 역시 죽어가고 있다. 

[바다로 간 화가]의 이야기는 '죽어감'의 이야기다.

평생 그림을 그린 화가가 어떻게 늙고 죽어가는지,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들려준다. 

한 사람의 인생의 마지막 즈음, 아름다운 환상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상상해 보면 죽어가는 일도 결코 두렵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