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착한 아이 되기 싫어!]라는 그림책은 제목도 그림도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아이가 너무 순응적이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그래서인지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카롤리네 케어, 이 작가의 그림이 무척 개성적이다.
카롤리네 케어(Karoline Kehr, 1964-)는 독일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난 착한 아이 되기 싫어!]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에 추천된 바 있다.
[난 착한아이가 되기 싫어]는 독일에서 2001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효리원에서 2011년에 번역출간했다.
이 그림책의 원제는 'Schwi-Schwa-Schweinehund'다. 'Schweinehund'는 돼지 슈바인(Schwein)과 개 훈트(Hund)가 결합된 단어로 우리를 조종하려는 제 2의 자아를 뜻한다고 한다.
플로렌티네는 꾸꿀이의 유혹으로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데도 나쁜 마음이 생긴다.
세수하는 것, 이 닦는 것, 정돈하는 것은 싫고, 초코과자, 초코케잌, 아이스크림이 좋다.
꾸꿀이는 플로렌티네의 또 다른 자아로 소위 나쁜 마음이다.
회전목마 장면이 정말 멋지다.
여기저기 돼지들이 보인다.
다들 제2의 자아를 데리고 있다. 제2의 자아를 잘 묶어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제2의 자아와 절친으로 지내기도 한다. 버림받아 한 켠에서 울고 있는 돼지(제2의 자아)도 보인다.
제2의 자아와의 관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작가가 재미있게 잘 형상화했다.
플로렌티네는 꾸꿀이 말대로 행동해 왔지만...
뚱뚱하니까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고 꾸꿀이 말에 귀기울이지 않기로 한다.
그랬더니 꾸꿀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제2의 자아가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왜냐하면 제2의 자아도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플로렌티네도 꾸꿀이를 쉽게 떨쳐낼 수는 없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 좋다.
우리 자신은 개, 돼지와 같은 동물적인 욕망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 욕망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다.
그 욕망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동물적 욕망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이 책에서는 그것이 나쁜 것이라고 단순화시키고 있지만. 감정과 욕망이 없다면 우리 삶은 풍요로울 수 없고 지극히 건조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적절하게 감정과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뿐.
뿐만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조절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플로렌티네가 뚱뚱한 것이 싫다면서 자신의 생활을 바꿔보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대목이 이 그림책 이야기의 핵심으로 보인다.
작가의 재미난 그림들 덕분에 잠깐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