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

[죽는다는 건 어쩌면 나비가 되는 것과 같아요]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누는 죽음에 관한 대화

Livcha 2022. 11. 9. 13:05

[죽는다는 건 어쩌면 나비가 되는 것과 같아요]그림책 표지

평소 '죽음'에 대한 테마를 다루는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이 그림책도 그런 책 중 하나라서 선뜻 집어 들었다. 

[죽는다는 건 어쩌면 나비가 되는 것과 같아요]라는 제목을 보면서, 혹시 종교적이 상상적을 다루는 책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까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누는 죽음의 대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았고, 애벌레가 나비로 변한다는 생각 역시 상태의 변화에 대한 비유 정도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았다. 사실 우리에게 죽음이란 바로 상태의 변화가 맞다. 다만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존재의 연속성을 갖는 변화는 아니다. 그래서 비유는 항상 오해할 위험을 포함한다. 나 역시도 제목을 보면서 애벌레가 나비로 변한다는 생각은 마치 사후 세계로 나아가는 영혼에 대한 종교적 상상으로 오해했으니까.   

조부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조부모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말씀이 거의 없는 할아버지, 한국말이 서툰 할머니와의 대화는 지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에. 

그림책 속 할아버지와 아이처럼 서로 진지하고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핌 판 헤스트(Pim van Hest, 1975-)의 죽음에 대한 글은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고 공감할 만한 생각으로 보인다.

그는 네덜란드 아동문학작가로 딸을 입양해서 동성 동반자랑 일상을 꾸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개인 이력을 갖고 있다.그래서인지 동심에서 2020년 이 책을 출간했을 때 작가 소개에 그의 동성 파트너를 간단히 동반자로 표기하고 그쳤다.  

마침 오늘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라서 이 책의 주제가 더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나는 어머니가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명체라면 자신의 생을 다한 후 자연으로 돌아가서 다른 생명체에게 살아간 양분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 작가가 말하듯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각자 죽음에 대해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 죽었을 때 그리움은 온전히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고 난 생각한다. 죽은 자에게 그리움 따위는 없다. 난 가끔 어머니를 그리워 한다. 아마 그림책 속 아이도 떠나간 할아버지를 가끔 그리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