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의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산지니, 2022)]는 사서가 건네는 도서관 이야기를 담았다.
이 시대의 공공 도서관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유익한 책이다. 덕분에 도서관에 관해 실제적인 정보 여러가지를 알 수 있어 고맙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자라서 정보문헌학과에서 공부하고 마침내 도서관 사서가 되는, 그야말로 삶의 일관성이 끝내주는 사람이다 싶다. 어찌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일을 일로 이어가며 계속해서 해낼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1. 작가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닌 듯 싶다. 책이 전반적으로 진지해서 좀 지루한 글이긴 하다.
그래도 군대에서 기름을 무서워하지 않고 요리하는 선임을 등장시킨 '전사의 뒷모습'이란 에세이를 썼는데 소설부문 상을 받았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피식!하고 웃을 수 있었다.
또 사춘기 때 '해인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는 귀여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핵폭탄에 대비한 책 방주라니...
한 사람이 평생 6 000권의 책을 읽는다는 가정아래 6000권의 목록을 만들기 위해 만점을 준 책들을 모았다는 아이디어(?)
과연 꼭 지켜야 할 책이 6000권이나 될까? 의문스럽다.
적어도 책 방주에 오를 책이라면 최소 두 번은 읽고 싶은 책이어야 하는데, 그런 책은 그야말로 지극히 드물다.
나는 6000권의 목록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2. 또 도서관에 남겨두고 간 물건, 분실물 가운데 단연 어뜸은 '우산'이고 그 다음이 '유선이어폰'이라는 이야기도 나름 흥미로왔다.
3.도서관에서 학습실을 없애는 추세라고 하는데,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우리 동네에서도 최근에 짓는 공공도서관들은 학습실이 없다. 개인적으로 도서관에 학습실을 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독서실이 버젓이 존재하는 마당에 공공도서관에 학습실까지 둬야 할까? 공공서비스 차원이라면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전환하는 것이 맞다.
4.인기 유투버의 영상이 12분 내외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해도 너무 장황한 영상은 잘 보게 되질 않는다. 뭐든 짧고 집중적인 것인 더 낫다.
5. 우리동네에도 작은 도서관이 많은데, 작은 도서관의 쓰임새를 알게 되서 좋았다. 물론 우리집은 시립도서관 바로 곁이라 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굳이 작은 도서관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시립도서관 바로 곁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면 근처의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 분명하다.
6. 희망도서와 관련한 사서에 고민에 무척 공감이 되었다. 나도 희망도서 신청을 많이 하지만 신청된 희망도서를 보면 과연 이 모든 책을 도서관에 들여놓아야 하나?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서가를 왔다갔다 하면서 도서관에 굳이 비치해야 할 이유가 없는, 어처구니 없는 책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반면 만화는 무조건 안 된다거나 특정 단어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애초에 도서신청 자체를 거부당하는 경우에 어이 없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 안 될 것도 아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선별한 기준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긴 할 것 같다.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정답은 없다. 예산을 빠듯하고 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면 뭔가 기준은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나도 답을 얻기는 힘들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세상에 온갖 사람이 모여살듯 도서관에 온갖 책이 있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라는 것. 각자의 취향은 다 다르게 마련.
7.2019년 문체부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성인 한 해 평균 독서량이 7.5권이라는 것에 새삼 놀라지는 않았다. 내 주변을 봐도 책을 읽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책 이야기를 담은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도 당연히 드물 것이다. 예전에 내가 한 달에 책 8권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책벌레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달에 30권도 아니고, 한 달에 책 8권 읽는 것이 뭐 그리 많이 읽는 것이라고 '책벌레'라는 별명을 주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책 말고도 재미난 것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왜 굳이 책을 읽을까?하고. 웹툰과 웹소설, 영화나 공연 등 볼 거리는 많다. 굳이 책을 읽는 사람이 독특한 존재가 되는 세상이다.
8. 도서관 사서보다는 무인대출기를 선호하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내가 보기에 사서는 책대출과 반납이라는 단순노동으로 피로해보였다. 그래서 될수록이면 사서를 위해 무인대출기를 이용한다. 굳이 인간의 노동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날로그 감성도 좋지만 단순한 일은 기계가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쪽에 한 표. 게다가 사서가 더는 쏟아져 나오는 책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꿰뚫어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충분한 안내를 해줄 수 없다면 더는 사서를 직접 대면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