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뱅상이 쓰고 그린 그림책, [곰인형의 행복]은 보림출판사에서 1996년에 번역출간했다.
이 그림책은 내가 다른 그림책을 놓고 도서관에서 교환해온 그림책이다.
가브리엘 벵상(Gabrielle Vincent, 1928-2000)은 벨기에 그림책 작가인데, 가브리엘 벵상은 필명이고 원래 이름은 모니크 마르텡(Monique Martin)이다. 조부모님의 이름인 가브리엘과 벵상을 따서 필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뛰어난 뎃생, 탁월한 감수성, 진진한 메시지로 유명한 작가라고 그림책 작가소개에 써 있다. 1980년대에 그림책작가로 활동하기 전까지는 수채화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이 작가가 그림책작가로 시작한 때가 50대 중반이었으니까, 인생의 진지한 메시지를 그림책에 닮을 수 있었나 보다.
아이들이 한때는 사랑했다가 싫증이 나서 내던진 곰인형을 거두는 할아버지.
망가진 데가 있으면 직접 수선도 한다.
할아버지는 버림받아 상처받은 곰인형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그러다가 어떤 아이가 곰인형이 마음에 들어 가지고 싶어하면 아낌없이 준다. 하지만 절대 팔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곰인형이 생각났다.
곰인형 '반달이'에게 나는 세 번째 주인이다. 처음에 아이가, 두번째는 그 아이의 이모가 주인이었다.
내게 온 반달이를 난 끝까지 가지고 있기로 했다. 이런 내 마음은 할아버지의 마음과 비슷하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내가 아끼다가 던진 인형들에 대한 기억도 떠오른다.
인형을 던질 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던 생각도 난다.
그림책을 보다보니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일본 사람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아끼던 인형처럼 눈이 달린 물건은 처분할 때 꼭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하던가.
이 그림책 속 곰인형과 달리 곰인형은 사실 마음이 없는 물건이지만 소중한 시간을 같이 한 만큼 내 마음 속에서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잡게 마련이다.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무언가를 소중히 여겼던 마음을 소중히 하는 이야기로 읽었다.
이야기도 따뜻하지만 그림이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아서 이 그림책을 서가 한켠에 꽂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