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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나이듦과 수납]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어려움

Livcha 2024. 7. 14. 16:17

무레 요코 [나이듦과 수납] 책 표지

도서관의 좋은 점은 도서관을 거닐다가 눈에 띠는 책을 꺼낼 수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내가 발견한 책은 무레 요코의 [나이듦과 수납].

내 경우, 계속해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데 쉽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이 저자의 경험이 궁금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7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2020년에 번역출간했다. 

벌써 제법 오래된 책이네. 

'무레 요코'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읽은 적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작가가 바로 영화 [카코메 식당]의 원저자이다. 

이 작가의 책이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이 번역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책도 올여름 더위를 식힐 겸 한 번 읽어볼까 싶다.

목차

옷, 속옥, 가방, 신발, 화장품은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부분이라서 좀 지루하게 읽었다. 

사실 옷, 신발, 가방은 거의 정리해둔 상태이기도 하고, 화장품은 화장을 하지 않으니까 기초화장품 이외에 가진 것이 없어 정리할 것도 없다. 

기모노를 일본의 전통의상이니 우리 문화와 달라서 신기해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내가 관심을 가진 대목은 '책'.

항상 정리에 난관인 물건은 바로 책이다. 

책을 도서관에 기부하고 남을 주고 기증하고 알라딘에 팔고 버리고 했지만 여전히 책이 너무 많다. 

책꽂이부터 없앴지만 책은 미처 없애지 못해서 책이 거실 바닥에 쌓여 있다.  

 

-(...) 사전류가 그대로다. 중일사전, 반대어사전 등도 있다. 그 사전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사전이 이렇게나 필요해?"하고 자문했다.('책' 중)

 

저자의 위 구절을 읽다가 '그렇지. 나도 사전이 정말 많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중학교때부터는 해외펜팔에 몰두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여러 언어를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당시에는 '언어학과에 들어가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다 보니 사전류, 외국어 문법책 등이 책장을 제법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겁고 사용하지 않는 건 불필요한 물품을 나눌 때 첫째 조건이다'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무겁고 사용하지 않는 사전을 처분해야 할까? 고민이다. 사실 요즘 사전은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종이책 사전을 들춰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미련덩어리. 

 

-개중에는 그림책도 있는데, 그런 책은 금방 읽지만 아이가 없는 데도 그림책은 버리고 싶지 않다. ('책' 중)

 

이 대목에 이르자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구나 싶다. 내게는 그림책이 제법 많다. 그림책 좋아하는 어른이라고 할까. 나름 고심해서 선별한 그림책들이라 애착도 크다. 일 때문에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그림책은 버리지 못할 것만 같다. 

 

-그렇게 기어가듯 조금씩 책을 줄일 수 있다면, 하고 스스로에게 기대해본다.('책' 중)

 

정말로 난 '기어가듯 조금씩 책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언제쯤 책들 대부분을 산뜻하게 없앨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을 읽다가 한 가지 힌트를 얻었는데, 바로 화장실 솔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손으로 하면 구석구석 닦을 수 있고, '케이스 안에 곰팡이나 세균이 득실거릴지도 몰라'하며 찜찜했던 변기솔과 케이스를 없애도 되고, 청소할 때도 한 번에 바닥까지 닦을 수 있다.('청소도구' 중)

 

지금 사용하는 변기솔이 너무 지저분하다 여겨지면 가차없이 버리리라 생각해 본다. 아직은 변기솔을 바꾼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좀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