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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 [고양이의 주소록] 주변 동물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Livcha 2024. 7. 26. 10:37

무레 요코 [고양이의 주소록] 표지

무레 요코의  [나이듦과 수납]을 읽고 난 후, 올여름에는 무레 요코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상호대차까지 하면서 빌린 책이 바로 [고양이의 주소록]. 

이 책은 일본에서 1993년에 출간된 것으로 무려 20여년 전에 나온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해냄]에서 번역출간했다. 

50만부 이상 팔렸다는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글쎄... 사람들이 동물에 관한 책을 좋아하나? 

무더운 여름날 읽기 나쁘지 않은 책이라고 본다. 

무레 요코의 이력

사실 무레 요코가 원작자라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았고, 나중에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읽은 것이 그녀의 책을 읽은 것 모두였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을 읽었던 이유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 책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 있어서였다. 한동안 '고양이' 소재의 책들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올해 [나이듦과 수납], 그리고 이 책, 에세이 [고양이의 주소록]을 읽고 든 무레 요코 책에 관한 생각은 술술 읽기고 글을 잘 쓰는 작가이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은 아니라는 점, 하지만 더울 때 설렁설렁 읽기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목차

[고양이의 주소록]에는 작가가 주변에서 만났던 다양한 동물들, 고양이, 개를 비롯해, 새, 원숭이, 파리, 개구리, 거북이, 물고기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짧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작가의 진솔한 감정이 잘 드러난 글이라는 점이 좋다. 

 

<메모>

-'수컷은 싸우고 암컷은'에서 무레 요코는 '암컷에서 욕정을 느끼는 암컷은 동물계에서는 상당히 특이하다.'라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적고 있는데, 생물학자 최재천은 [대담]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서 동성애라고 정의할 수 있는 행동들이 비일비재하게 관찰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생물학자의 견해가 작가의 견해보다 더 신뢰를 주지 않을까 싶다. 

 

-'마법을 거는 고양이'에서 작가는 개보다 고양이가 낫다는 의견을 밝힌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신기한 힘이 있는 고양이 쪽이 역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보다 고양이가 훌륭한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좌지우지하면서 자유를 추구하는 고양이가 더 좋다. 

 

-'사진 자랑'에서 '고양이 소나무 상태'라는 말은 처음 접했다. '고양이 소나무란 엎드린 고양이를 뒤에서 보면 한복판에 몸통이 커다란 산, 좌우에 다리부분이 올라와 있는 게 마치 고나무처럼 보여서 고양이 소나무라고 한다.' 다음에 고양이를 뒤에서 봐야겠다. 정말 소나무 같은지...

 

-'소문을 좋아하는 고양이'에서  고양이가 나이가 들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며 으스스하게 느껴진다는 구절을 읽다가 어릴 때 할머니가 집에서 키우던 나이 많은 세퍼드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집에서 동물을 너무 오래 키우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이후 할머니가 어린 세퍼드를 구해 올 때마다 누군가 세퍼드를 훔쳐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 할머니는 세퍼드 키우기를 포기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나이든 세퍼드를 죽을 때까지 키웠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러기 있음?'에서 작가는 자신의 약점을 '곤충잡는 스프레이를 쳐 뿌려서 전멸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집에서 나가주기만 하면 되지 그들이 죽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도 작가의 이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집에 들어온 거의 모든 곤충은 밖으로 내보낼 뿐 죽이지 않는다. 심지어 모기와 바퀴벌레까지도. 생명체의 생명을 내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싫다. 그래서 언제나 채식을 지향하지만 지금껏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되지 못하는 것이 나의 한계.

 

-'운을 시험하기'에서 새똥맞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새똥을 맞지 않는 운 좋은 사람 쪽이다. 하지만 난 새똥을 맞는 운이 나쁜 쪽이다. 지금껏 살면서 새똥을 맞은 적이 여러 번이다. 남프랑스 길에서는 비둘기똥을 그대로 머리에 맞아서 형편없는 꼴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난 동네 길을 걸을 때 조금 움츠린다. 혹시 새똥을 맞을 수도 있어...하면서. 그래서 대체로 나무 밑을 걸을 때 양산을 이용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