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는 창비에서 2023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생각이 담긴 글을 묶었다.

글의 저자들 대부분이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의 연구원들이었다.

책 뒷부분에 실려 있는 15명의 저자들 소개를 살펴보았다.
오늘날 스스로를 에코페미니스트로 규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인지 궁금했다.

이들은 에코페미니즘의 이론과 실천을 고민한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실천보다는 이론에 더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 역시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지루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분명하고, 충분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감할 만한 것들이다.


사실 영성을 이야기하는 신학자들의 에코페미니즘은 공감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에코페미니즘은 여성과 자연의 착취를 반대할 뿐만 아니라 소수자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의 연결에 대해 고민하는 확장된 에코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론뿐만 아니라 실천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이 느껴졌다.

책은 전체적으로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후위기시대의 에코페미니즘, , 땅, 흙과 가까이 지내기, 여성의 몸,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연결성을 다룬다.

이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에코페미니스트의 다짐'은 에코페미니즘이 어떤 것인지 잘 요약되어 있다.
지구와 함께 잘 살아보고 싶은 에코페미니스트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노트>
박혜영, '우리의 삶은 왜 외롭고 취약해졌는가?'
-일리치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숨결을 맡으며 밥을 같이 나눠 먹는 공생공락의 관계를 우정이라고 보았다.
-서로의 냄새를 참아주고 밥을 같이 먹는 유일한 공동체로 겨우 가족만 남게 되었다. 우정의 세계가 없기에 사람들은 끝도 없이 고독하다.
일리치가 말하는 '우정'이란 말 그대로 직접 대면하고 밥을 함께 먹는 관계다. 직접 만나서 밥을 함께 먹는 사이는 참으로 가까운 사이가 아닐 수 없다. 경험상 밥을 같이 먹다 보면 친해지게 된다. 밥을 함께 먹지 않고 직접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관계는 어떨까? 온라인 상으로 영상을 바라보면서 각자 자신의 공간에서 밥을 먹는 경우는 어떨까? 코로나 때 각자 먹을 것을 준비해서 화면 앞에 앉아 온라인으로 모임을 해본 적이 있는데, 실제 만나서 밥을 나눠먹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 모임은 지속되지 못했다. 요즘 내가 직접 만나서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로 누가 있나? 생각해 보았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가족 이외에 밥을 같이 먹는 친구들은 극히 소수다. 일리치가 말하는 '우정'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봐야겠다.
유서연, '여성의 시간 동물의 시간'
-20세기 초반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구금되어 강제급식을 당하고 이로 인해 병을 얻거나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
-19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흑인노예여성의 생체실험으로 부인과 의학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우리는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행한 사람에 대한 생체실험에 놀라고 분노했지만 유럽에서 과거 이루어진 동물 생체실험과 미국의 흑인여성노예생체실험 역시 놀라고 분노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흑인여성노예생체실험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다.
황선애 '트랜스 경험과 퀴어 상상력'
-중세 마녀사냥때ㅐ 동성애자들이 함께 처형되었다는 사실.
나치의 동성애자 학살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마녀사냥 당시 동성애자의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결국 인간이 아닌 존재와 권력 밖에 존재하는 소수자에 대한 살해(어린이, 노인, 성소수자 등)는 역사적으로 내내 존재해왔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권력 밖의 존재들과 연결하고자 하는 에코페미니즘의 노력은 의미가 있다.
-섹슈얼리티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생물학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벗어나는 존재, 즉 간성이 존재하며, 성정체성 역시 n개의 성정체성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개개인의 성정체성은 젠더 퀴어와 젠더 플루이드처럼 획일화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성적 지향성 역시 이성애를 벗어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자연 속에서 이성애가 아닌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숙, '[모비딕]의 고래와 여성의 몸'
-춤을 통해 정서적 상태를 표출하고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춤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맞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