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하 시인의 [악의 평범성]을 읽고 그의 에세이집도 읽어보기로 했다. [적멸보궁 가는 길]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하필 그 책을 유일하게 구비한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았기에 다른 도서관에서 [피었으므로, 진다]를 빌려왔다. 작가는 앞서 소개한 바 있지만,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고초를 당했고 그 일은 작가에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그의 시도 그렇지만 그의 에세이도 허무주의와 우울이 짙게 깔려 있다. 최근 그의 근황에 의하면 대장암 투병중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설사 작가가 이대로 이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난 한 개인이 할 바는 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라산'이란 그의 시가 우리 역사에 남긴 족적만으로도 그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