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지글러가 쓴 [흑사병(한길 historia, 2003)]은 14세기 중후반 유럽 전체에 흑사병이 미친 영향을 개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 사학자가 쓴 책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 해서 쓴 책이라서 사적 고찰이 전문가 못지 않다. 벌써 전 부터 흑사병이란 전염병의 역사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했었는데, 전염병에 대한 책에서 흑사병관련 단편적인 글들은 읽어 보았지만 이렇게 흑사병만 파고든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이다.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흑사병이 유럽에 미친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을 것이라는 것, 흑사병이 유럽으로 하여금 기독교 중세를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 것이라는 것, 흑사병과 같은 기세등등한 전염병이 창궐한다면 인류문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 전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