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단편 중 '사람에게는 얼마만틈의 땅이 필요할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그림책은 바로 그 단편을 야나가와 시게루가 각색하고 고바야시 유타카가 그림을 그려서 만든 것이다.
일본에서 2007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래 M&B에서 번역출간했다.
그림이 특별히 끌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에는 나름대로 어울리는 것 같다.
수채화로 그린 것 같지만 색연필을 이용한 것도 같다. 수채 색연필을 이용한 것일까?
이야기 속 파홈이라는 농부는 땅 없는 소작농이지만 매일 부지런히 밭을 가꾸며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의 언니의 방문이 이들 부부의 잠자는 욕망에 불을 질렀다.
욕심을 부추기는 아내의 언니와 같은 사람도 어떤 의미에서 악마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이야기 속에서 파홈은 욕심 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악마는 파홈에게 끝없는 욕망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도록 만든다.
파홈은 상인, 나그네, 촌장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마에게 죽음에 이르기까지 휘둘린다.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는 외부적 존재로서의 악마가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펼쳐지지만
사실 알고 보면 악마는 바깥에 있는 어떤 존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욕심 많은 마음이다.
파홈은 자신의 욕심의 한계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을 죽음에 이르도록 내몰 정도로 욕심에 대한 자제력을 잃고 만다.
물론 우리의 욕심을 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무엇이 우리의 욕심을 자극한다.
그 자극에 대해서 우리는 다양한 반응이 가능하지만 우리 마음은 쉽게 탐욕으로 기울어진다.
죽은 파홈을 묻은 하인은 2미터의 무덤을 만들 땅 정도면 충분한데, 그토록 땅 욕심을 냈던 주인을 안타까워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2미터의 무덤을 만들 땅조차 필요치 않다.
요즘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면 톨스토이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만하다.
우리에게는 비바람을 피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살 집만 있으면 되는데,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고 만다.
더 큰 집이 필요하고 더 많은 집이 필요한 이유를 그때그때 찾아내지만 그 이유란 것이 바로 내 탐욕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임을 조금만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 본다면 깨달 수 있다.